반정부 진보좌파 사이다성 발언…사회적 갈등 명성 수단 악용
최근 ‘군대 영창 거짓말’로 김제동 씨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제동 씨가 군 사령관의 아내를 ‘아줌마’라 불렀다가 13일간 영창을 다녀왔다는 자신의 에피소드를 방송에서 전한 것이 화근이다. 군대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을 리가 없다며 반박하는 여론이 조성되며 논란이 시작되었다.

특히 일각에서는 김제동 씨가 군인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민원을 넣는 이들까지 등장했을 정도였다. 결국 이 논란은 국방부를 대상으로 한 최근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졌다. 김제동 씨의 군 복무기록 확인 결과 영창을 간 기록이 없어 김제동 씨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 이에 김제동 씨는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습니다”라는 뻔뻔한 한마디와 함께, 자신을 증인으로 채택해 불러내면 뒷감당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온갖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을 늘어놓는 강수를 둔다.

거짓말 논란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김제동 씨를 보고 있노라면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하다. 기존 보수우파 계열의 인사 및 단체를 비판할 때에는 꼬투리 하나 잡아서 ‘죽자고 달려들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는 진보좌파 여론에 호소하며 보수우파를 맹렬하게 비판해왔고, 이른바 ‘사이다 성 발언’으로 대중의 환호를 받으며 공인으로서의 명맥을 이어왔다.

결국 연예인이라기보다는 정치인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면서 밥벌이를 해온 것이다. 한쪽 진영에 호소해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는 이러한 전략은 당연히 ‘적’을 만든다. 김제동 씨가 방송에서 ‘웃자고 한 거짓말’이 단순히 연예인이 웃자고 하는 실없는 소리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정치인의 부도덕한 거짓말로 비춰지는 것은 어떻게보면 당연한 거다. 지금 김제동 씨의 발언을 적극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를 연예인이 아니라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김제동 씨는 노란리본을 달고서 정부를 향해 소리치며 ‘개념 연예인’으로 인기를 끌었을 때 이러한 실도 계산을 했어야 했다. 정치를 통해 팬을 얻으면, 당연히 그만큼 적도 생긴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각종 사회 이슈 현장이나 시위에 참석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연예인들을 ‘소셜테이너’라고 한다. 김제동 씨가 대표적인 예다. 이 소셜테이너에 대한 논의, 즉 연예인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오던 것이다. 찬반의 논리는 항상 비슷했다.

우선 소셜테이너에 찬성하는 이들은 ‘권리’의 측면에서 이야기 한다. 연예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 개인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다. 정치적 발언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소셜테이너들은 ‘연예인’이나 ‘정치인’으로서가 아닌, 한 ‘시민’으로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고,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거다. 또한 이러한 유명인사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정치에 무관심한 일반 대중들을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낸다는 장점도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소셜테이너의 정치 활동에 반대하는 이들은 결과론적인 관점에 좀 더 치우쳐있다. 연예인과 같은 대중문화예술인은 막대한 인지도와 더불어 개인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특정 정치적 의견을 개진하면, 일반 대중들, 특히 청소년들의 무조건적인 추종을 유도할 수 있다.

게다가 대중문화예술인 대다수가 정치적 사안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적어도 정치라는 영역에서 대중문화예술인은 다른 일반 대중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시민에 불과한데, 그들이 지닌 명성이 그들의 비전문적 의견에 대중적 신뢰도를 유도한다는 문제가 있다. 유명 연예인의 주장이 웬만한 전문가나 정치인의 그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현실이고, 이는 종종 맹신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현실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 소셜테이너는 한국 사회에 많은 악영향을 끼쳐왔다.

   
▲ 김제동의 영창 발언에 대한 여진이 여전하다. 이제 사실규명은 오직 김제동 본인에게 달렸다. 병무청은 개인 병적기록표는 본인 동의 없으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제 키는 김제동이 쥐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제동은 모두를 속인 거짓말쟁이로 영원히 남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큰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소셜테이너들은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행동과 발언으로 이러한 문제를 확대하는 데에 이바지한 바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한국 사회를 마비시켰던 ‘광우병 사태’를 살펴보자. 당시 광우병이라는 미신적 공포에 사로잡힌 77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고, 1조 9,228억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초래했다.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미국산 소를 뼈채로 수입하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넣는 편이 낫겠다”는 발언을 했던 연예인을 포함한 각종 소셜테이너들이 이러한 공포를 확산시킨 주범이었다.

'부패한 기득권과 맞서겠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것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유명인들이 대중적 지지를 받았고, 그들이 내놓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비과학적이고 비전문적인 견해들이 각종 문화 컨텐츠로 확대 재생산되었다. 연예인들의 ‘광우병 어록’, 유명 만화가들의 ‘광우병 만화’, 유명인사들이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며 실시한 '소셜 캠페인' 등이 그것이었다. 그렇게 형성된 여론은 마치 종교처럼 강한 파급력을 지녔고, 신도들을 배출했다.

재미있는 점은 애당초 촛불시위를 최초로 주도했던 여중생들, 이른바 ‘촛불소녀’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가 ‘연예인’이었다는 점이다. 유명 D그룹 팬클럽 사이트에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우리 오빠들이 뇌에 구멍이 나서 죽을지 모르니 지켜주자"는 내용의 글들이 상당수 올라온 이후 팬클럽 회원들이 오프라인에서 모이는 '번개 모임’에서 '촛불 시위’를 시작했고, 그 최초의 장소가 청계광장이었다.

이는 하나의 유행이 되었고, 몇몇 유명인사들이 이에 동조하거나 지지를 표하면서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멋진’ 문화 트랜드로 발전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세력들의 복잡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었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77만의 시민들 중 대다수는 광우병에 대한 이해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확한 지식, FTA에 대한 정보 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주동세력의 세뇌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소셜테이너들의 지지와 동조, 그리고 인터넷에 난무하는 이명박 정부 및 미국산 쇠고기에 반대하는 각종 컨텐츠가 그들을 ‘확증편향'에 빠지게 했다. 당연히 자신들의 반대편에 서있는 전문가들, 정치인들, 시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처럼 비춰졌었다. 반대쪽에서 과학적 팩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음에도, 그것에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실제로 각종 소셜테이너들이 그런 식으로 그들을 ‘악마화’하며 확증편향을 강화했다.

꼭 광우병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예는 많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갈등이 생길 때마다 소셜테이너들이 등장해왔고, 이러한 갈등 상황을 자신들의 ‘스테이지’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있었다. 이렇듯 필자는 ‘소셜테이너’ 자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논의를 이어가기 전에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둘 부분이 있다. 적어도 ‘권리’의 측면에서는 찬성 측의 논리에 적극 동의한다는 점이다.

분명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어떤 주체도 개인의 정당한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행동을 억압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치 참여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개인이 판단할 부분이며, 개인의 절대적인 권리행사의 영역이다. 고로 대중문화예술인의 정치적 행위를 비판하더라도, 위와 같은 ‘대전제’에는 합의를 하고서 논리를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셜테이너의 비윤리성, 부도덕성을 비판하는 것이 이들의 의사표현을 통제하거나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귀결될 수 있다.

필자는 소셜테이너의 무책임한 발언이나 행동을 윤리적 차원에서 적극 비판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문화예술인의 서툰 행동이나 언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강조하며, 그들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주의를 그들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공인으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그들이 그에 대한 책임감을 지닐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 또 소셜테이너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은 대중들이 유명인들에게 가지고 있는 막연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례로 미국에서 이러한 소셜캠페인이 발생한 적 있다. 2013년 4월 미국 보스톤 마라톤 대회 도중 발생한 폭탄테러가 그 계기였다. 테러 직후, 당시 보스톤 경찰은 용의자를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네티즌 수사대’는 달랐다. 레딧(Reddit)과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크라우드소싱 수사를 통해 엄청난 수의 유저가 달려들어 갖가지 사진을 비교분석하며 수사에 진전을 거듭했다.

마침내 인터넷은 브라운대 학생이었던 서닐 트리파시(22)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문제는 이 공신력이 떨어지는 수사 결과에 유명인들이 지지를 표하면서 발생한다. 당시 유명 연예인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서닐 트리파시’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결과를 합리적이라며 치켜세웠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서닐 트리파시를 용의자라 확신했고, 테러 며칠 전에 실종된 서닐 트리파시의 가족들은 각종 위협을 받으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 후, 보스톤 경찰이 진짜 용의자를 발표한다. 서닐 트리파시와 그 가족들이 무고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미국 사회는 크게 반성한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행된 대규모 마녀사냥을 지적함과 동시에, 유명인들의 무책임한 행동과 발언이 이 대규모 마녀사냥의 발단이 되었다며 비판했고, 나아가 유명인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매뉴얼의 필요성 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소셜캠페인은 사회참여 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이, 사실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고, 심지어는 “더 멍청하기까지 하다”는 대중적 인식을 강화했다. 이후 연예인들은 반 의무적으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대신 관리하는 전문 담당자를 쓰기 시작했다.

   
▲ 이슈가 되고 있는 김제동 씨의 경우 얼마 전 사드배치 논란 당시 대통령을 ‘외부세력’이라 칭하는 황당한 논리를 펼치며 범진보좌파 여론에 호소했다./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계몽 운동’이 시급해 보인다.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대중적 신뢰도와 지지도를 떨어뜨리고, 유명인들 스스로 자신들의 행동과 발언을 주의하도록 만드는 캠페인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소셜테이너들에 대한 지식인들의 ‘적극적 비판’일 것이다.

한국은 소셜테이너가 양성되기 좋은 정치지형을 지니고 있다. 대중문화 자체가 좌성향 이념으로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란리본을 달고 나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연예인은 ‘개념 발언 연예인’ 등으로 떠받들어지지만,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이야기 한 연예인은 ‘논란’, ‘충격 발언’, ‘역사관 의심’ 등의 이상한 표현이 쓰여있는 기사들에 시달려야 한다.

좌성향의 정치적 행보를 드러내면 대중들의 환호를 받는 상황이다보니, 수많은 소셜테이너들이 개인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공인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치를 이용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사회적 갈등 상황을 자신들의 ‘스테이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슈가 되고 있는 김제동 씨의 경우 얼마 전 사드배치 논란 당시 대통령을 ‘외부세력’이라 칭하는 황당한 논리를 펼치며 범진보좌파 여론에 호소했다. 그 어떤 전문적 지식도 없는 김제동 씨가 스스로 전문가 또는 논객 행세를 하며 사드를 반대했고, 사람들은 그가 마치 권력에 맞서싸우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는 이유만으로 환호했다. 사실 그는 대중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등에 업고,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기득권에 가깝다. 본질적으로도 퍼포먼스로 인기를 끄는 ‘연예인’이라기보다는, 정치 여론에 호소하여 인기를 끄는 ‘정치인’이다.

이런 반(半)정치인의 경솔한 행동, 무책임한 발언, 전문성 결여, 거짓말 등을 지적하며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민주 시민의 의무다. /우원재 리버티타임즈 대표


(이 글은 지난 27일 대한민국문화예술인(대문예인)이 주최해 마포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열린 '김제동 국감논란의 근원, 누가 문화계를 정치적으로 더럽히는가' 제 6차 세미나에서 우원재 리버티타임즈 대표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우원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