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부동산과 주식은 대체제 관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과 주식이 둘다 호황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 경제에서는 조금 다르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 주식 시장도 활기를 띈다.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묶여 있지 않고 남아 시중에 돌수록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같은 점에 착안해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주식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전망한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면 심리적으로 부자가 된 기분이 들어 소비가 늘어 주식에 투자할 여유 자금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활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을 여의도 증권가에서 반기는 이유다.

◇ 주택담보대출 증가, 건설업종지수 급등...부동산 부활 조짐?

최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에서 우선 확인할 수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 25일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건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올해 부동산 시장 부활이 기대된다./뉴시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48조6,345억원에서 올해 1월 말 53조4,500억원으로 5조원 가까이 늘었다. 국민은행도 1월 현재 주담대 잔액이 78조6,000억원을 기록해 6개월여 전에 비해 2조원 이상 증가했다.

은행들은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공격적인 마케팅은 자제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기존 대출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경우를 대비해 금리 할인 경쟁도 일어나고 있다는 분위기다.

이같은 건설 부동산의 부활 조짐은 주식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실제로 건설업종 지수는 지난 1월말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종 지수는 지난 1월 27일 121.36을 기록한 이후 급등세를 타 전 거래일까지 138.84포인트까지 한 달만에 14.5% 급등했다.

더구나 지난 25일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건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이같은 건설업 반등 기대감은 적어도 이번 정부 내에서 지속 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시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건설·부동산은 올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 "부동산 경기 과거에 비해 증시에 더욱 중요한 변수 돼"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주식시장과 어떤 관계를 가질까. 증권가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시장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자산은 지난해 비금융자산 즉 부동산 자산이 75%를 차지하고 나머지 25%가 금융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01년 부동산자산 85%, 금융자산 15%에 비해서 금융자산이 많이 늘었지만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부동산 자산 비중이 전체 가계 자산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 증권가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시장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뉴시스

그런데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은 지난 2007년 22%에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는 16%로 떨어졌다. 대신 보험과 연금이 30%에 육박해 노후 대비를 위해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비중이 늘었지만 이 자금이 주식시장이 아닌 안전자산으로만 흘렀다는 얘기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10여년 전에 비해 전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의 비중은 늘었지만 주식의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다"며 "이는 가계부채와 전월세 비용증가, 내수침체로 인한 투자재원 부족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경우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3가지 경로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주택 소유 가구 입장에서는 주택가격 안정을 통한 부의효과(Wealth effect)로의 전환과 거래 증대에 따른 현금 흐름 개선이 가능하다. 아울러 전세 보증금 부담 증가세가 둔화될 경우, 전세가구의 소비 여력이 개선될 수 있으며 고용 유발 계수가 가장 큰 건설 경기가 개선됨에 따라 관련 종사자들의 현금흐름 또한 호전될 수 있다.

유 연구원은 "이러한 환경에서 부동산 경기는 과거에 비해 증시에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며"은행 예금금리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의 배당이 지급되면 주식투자를 통한 수익률의 안정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