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이 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무위원장으로 추대된 이후에도 여전히 이복누나 김설송과 여동생 김여정을 측근에 두고 비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올해 5월 35년만에 7차 당대회를 열고 노동당 위원장에 올랐다. 이후 한달만에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정책기관을 국방위원회 대신 국무위원회로 바꾸었다. 국무위원회에 3명의 부위원장을 뽑고 8명의 국무위원까지 임명해 정상국가화 시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당 조직지도부가 감시하면서 김정은정권을 유지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의 이복누나 김설송이 여전히 조직지도부장으로서 간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평가하고 있어 북한정권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큰 권력을 쥐고 있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의 이복누나인 김설송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에 그대로 있다”며 “김설송은 조직지도부장으로서 재정경리부까지 관장하고 있으며 김정은의 비자금 관리부서인 ‘39호실’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설송이 최고간부들을 감시하는 조직지도부를 이끌면서 김정은의 비자금 관리까지 하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이 직접 간부들을 감시하면서 동시에 국가재정을 주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북한 체제에서 전혀 바뀐 것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평양시에 계엄령까지 선포하고 각 시·도 당대표 2000여명을 불러모아 2박3일 당대회를 열고 최고인민위원회까지 열어 새롭게 국무위원회를 신설한 의미가 없다.

김정일 시대 단 한차례도 열리지 못했던 당대회까지 열면서 김정은이 국가조직을 정상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있는지 주목받았지만 결국 허울뿐인 이벤트로 판명난 것이다.

김정일의 두 번째 부인이면서 본처로 인정받고 있는 김영숙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김설송은 당초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맡고 있었지만 김정은정권에서 조직지도부장으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앞으로 김설송이 김정은을 당적으로 보좌하는 등 역할이 커지게 됐다”며 “김설송은 김정일 생전부터 현지시찰을 많이 맡아 간부들 사이에서 지도자로 입지를 굳혀왔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조직지도부장은 역대  중앙당 비서 중 조직비서나 조직지도부장은 역대 ‘백두혈통’이 맡아온 특징이 있다. 김일성 시대에 그의 아들인 김정일이 조직비서를 맡았으며, 김정일 시대에는 여동생 김경희가 조직비서를 맡았다. 또 김일성 시대에는 친동생 김영주와 아들인 김정일이 차례로 조직지도부장을 맡은 바 있다.

   
▲ 북한 김정은이 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무위원장으로 추대된 이후에도 여전히 이복누나 김설송과 여동생 김여정을 측근에 두고 비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연합뉴스


북한에서 조직지도부는 간부들을 감시하는 기구로 반체제 인사를 색출하는 국가안전보위부, 주민을 감시하는 인민보안부, 군을 감시하는 총정치국과 함께 4대 감시기구로 꼽힌다. 이 중에서 조직지도부는 좀처럼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일이 없이 늘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함께 소식통은 최룡해는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가운데 조직부 간부담당 부위원장을 맡아 권력이 강화됐다고 했다. 또 김여정은 선전선동부 행사담당 부부장으로서 김정은의 호위부대를 모두 관장하고 있다. 

김정은의 호위 업무는 가장 근접거리 호위를 974부대가 맡고 있으며, 5총국, 호위사령부가 김정은 호위부대로서 일종의 3겹으로 에워싸는 경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총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김정은은 집권 4년차에도 국가 정상화를 달성하지 못한 채 누나와 여동생에게 각각 국가재정과 호위업무를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이런 김정은이 심리적 압박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한 비만 증세를 분석한 바 있다. 

김정은은 지난 7차 노동당대회에서 유독 눈에 띄게 살이 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취임 직후 90㎏으로 추정되던 김정은의 몸무게는 올해 들어 약 130㎏으로 추정돼 40㎏정도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런 정도라면 현재 김정은 비만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정은은 술은 물로 담배도 즐기고 있어 지방간이나 간경화, 폐 기능 저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친 여동생인 김여정이 김정은의 호위를 맡고 있는 것은 비록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해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이복누나 김설송이 소위 ‘곁가지’로 배척당하지 않은 것은 김정일 시절부터 충성심을 보여온 덕분인 것 같다. 북한에서 한 두 차례 김설송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증언하는 엘리트 출신 탈북자들은 “행사장에서 마주친 김설송은 긴 머리카락에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건장한 몸매를 과시하면서 당당한 모습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과는 다른 모습으로 김정철은 “호텔 방 안에서 술병을 깨고 행패를 부리는 등 약간의 정신불안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국정원이 밝힌 첩보도 있다. 김정철은 지난 해 겨울에는 동생 김정은에게 ‘제 구실도 못 하는 나를 한 품에 안아 보살펴 주는 크나큰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충성편지까지 썼다고 하니 김정은이 통치를 위해 형제들마저 압박하는 실태를 보여준다.

한편, 북한당국은 지난 최고인민위원회에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 군·당·정을 대표하는 3인을 임명했다. 

국무위원에는 김기남 당 선전선동부장, 리만건 당 군수공업부장,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국제부 부장, 리용호 외무상,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8명을 지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소위 ‘얼굴마담’ 간부일뿐으로 김설송이 이끄는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3명이 실세로 꼽힌다. 이들은 조연준 간부1부부장, 김병철 군사1부부장, 민병철 당생활지도1부부장이다. 김경옥 대신 군사1부부장을 맡은 김병철은 공군사령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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