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그간 외부 컨설팅이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맥킨지 보고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네요. 일단 분량이 600페이지에 달하는데다, 내용이 알차요. 맥킨지 직원들이 4개월 동안 거래소에 상주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라 더 신뢰가 가네요.”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잡음이 나왔던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보고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거래소는 맥킨지에 미래성장 전략에 대한 보고서를 발주해 최종 보고서를 이달 17일 제출받았다. 비용은 1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거래소가 맥킨지에 의뢰한 미래성장 전략 보고서/사진=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그런데 한 언론이 “맥킨지 측이 거래소에 지주회사 전환에 신중하라는 입장을 밝혔고,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자 거래소 고위 관계자와 맥킨지 임원이 논쟁을 벌였다”고 보도하면서 거래소 측이 이를 적극 부인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맥킨지는 거래소가 사업 다각화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지주회사 전환은 거래소는 물론,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핵심과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수시로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관련법의 신속한 국회처리를 강조한다.

그런데 맥킨지가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반대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발끈한 것이다. 임 위원장은 보도를 의식한 듯 지난 24일 자본시장 유관기관장과 임직원들을 긴급 소집해 거래소 지주사법 통과를 위한 비상 전략회의를 갖기도 했다.

실제로 맥킨지는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의 장·단점을 모두 언급하면서 맹목적인 지주회사 전환 찬성과는 다른 논리를 보였다.

   
▲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 왼쪽부터),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이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두고서도 맥킨지 보고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애초 맥킨지 측은 지난 8월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보고서 초안에서 “조선 빅3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힘들고 대우조선을 매각 또는 분할해서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가 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결국, 8월에 발표될 예정이었던 맥킨지의 최종 보고서와 정부의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모두 10월말로 연기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맥킨지 보고서를 애써 ‘참고자료’로 격하시켰다.

맥킨지 측은 대우조선을 포함한 조선 빅3로부터 10억원을 받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럼에도 대우조선의 생존이 어렵다는 ‘직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내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다’며 맥킨지의 충언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두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

물론, 금융당국이나 정부가 컨설팅 업체의 의견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정책 방향을 정해두고 입맛에 맞지 않는 컨설팅 보고서 내용이 나왔다고 해서 이를 무시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관련 업계에서 “맥킨지 컨설팅은 왜 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비용과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

앞으로 정확한 분석이 담긴 것이 아닌 단순히 자신의 정책에 적극 동조하는 컨설팅 보고서를 원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은 맥킨지 말고 기자에 의뢰하기 바란다. 600페이지까지는 아니라도 맥킨지의 반값에 보다 신속하게 작성해서 넘겨줄 용의가 있다. 대신 국가경쟁력의 후퇴는 책임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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