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퇴진 요구는 불법 정치파업, 현대차 기아차도 외면

   
▲ 권혁철 자유경제원 전략실장, 자유민주연구학회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여타 노동단체 및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지난 25일 총파업을 벌였다.시위대들은 서울 광화문 주변 도로를 점령한 해 시위를 벌여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고, 시민들도 커다란 불편을 빚었다. 

노동계는  취임 1주년을 맞은 박근혜대통령 퇴진과 노동탄압 분쇄를 내걸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이번의 총파업은 시작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을 시작으로 4월 임시국회, 6월 지방선거, 6~7월 개별기업 임단협까지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게다가 이번 총파업은 불법(不法)파업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단체행동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그 행사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서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근로조건의 개선이 아닌 정치적 목적의 파업은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정당행위가 아니다. ‘대통령 퇴진’과 ‘노동탄압 분쇄’는 근로조건의 향상과는 무관한 정치파업으로 명백한 불법파업이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노동탄압과 민영화 및 연금 개악의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는 정당한 노동권 행사”라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의 주장이 노동조합 내부에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번 총파업에 앞서 참여 여부를 물은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의 투표에서 압도적 다수가 파업 참여 반대를 택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시도 때도 없는 정치파업에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원들 스스로도 불법 정치파업임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현대차에서는 25일 총파업에 집행부와 대의원 이상 노조간부들만 참석하는 것에 그쳤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국회와 정부의 대화 제의조차 거부한 채 총파업을 강행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14일 노동계와 정부, 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꾸려 노동 현안을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방하남 장관이 한국노총 위원장과 만나면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었다. 방 장관은 민주노총과도 격의 없이 의견을 듣고 이야기를 나눌 의향이 있다고 대화 제의를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런 대화 제의에 대해 불리한 상황을 회피하거나 민주노총 내부를 교란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대화를 거부한 채 총파업을 강행했다.

   
▲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25일 서울 도심에서 총파업을 벌여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시민들의 생업에도 큰 불편을 초래했다. 이번 파업은 박근혜대통령 퇴진과 노동탄압 분쇄 등 근로복지이슈와는 전혀 상관없는 정치파업이자, 불법파업이었다. 민노총은 미국 전미자동차노조인 UAW가 폭스바겐공장에 노조를 심으려다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 무관용원칙을 바탕으로 법치로 다스려야 한다. 전투적 노조같은 비정상의 노조는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민노총이 공기업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의 이런 태도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파업의 이유가 근로조건의 향상 등 근로자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대정부 투쟁, 정권 퇴진 등 정치적 이유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화와 타협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다시 말해 투쟁을 위한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민주노총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동차 노조 상급단체인 UAW가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의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에 노조 지부를 만들려던 계획이 근로자들의 반대에 부닥쳐 실패로 돌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UAW는 강성 노조로 잘 알려져 있으며, 과도한 복리후생과 임금인상 요구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을 쇠락의 길로 내몬 주범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노조가 결성되고 강경 투쟁을 하다 보면 GM과 크라이슬러처럼 파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근로자들 스스로가 노조 결성을 반대한 것이다.

민주노총 내부에고 이미 이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민주노총 내부에서부터 불법 정치파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번 철도노조의 불법파업 때도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매우 싸늘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민주노총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27일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공기관 경영 평가를 거부하고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영 평가 거부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공기업 개혁 반대를 위한 파업도 불법파업이다.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이 유일한 해법이다. 1970년대 말까지 ‘노동조합 천국’이었던 영국에서는 마거릿 대처 총리가 장장 1년에 걸친 파업에도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으로 일관해 ‘전투적 노동조합’을 무력화시켰다. 이후 영국에서는 노동조합의 정치적 불법파업이 사라져 버렸다. 비정상적이었던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이 정상화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노동조합과 노동운동도 정상화할 때가 됐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전략실장, 자유민주연구학회장

(이 칼럼은 문화일보에 게재된 내용을 보완, 수정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