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무원의 잇딴 음주운전 사고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가운데 일선서에 술 경계령이 내려졌다. 경찰은 행여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술자리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김모(40) 경정이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이튿날 일선서에 폭음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올해 초 노원경찰서 소속 중견 간부가 음주 후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뒤로 일선서에 술자리 절제를 강조하는 공문과 문자메시지가 하달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1주일 전 상급기관으로부터 2차 이상의 술자리를 피하고 음주시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당부하는 공문을 전달 받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서 직원도 "절주하라는 윗선의 당부 강도가 최근 들어 세진 것 같다"고 말해 음주 경찰관에 대한 내부 단속이 강화됐음을 시사했다. 
 
심지어 지난 1월말 새로 발령 받은 서울의 한 경찰서장은 직접 직원들에게 음주 악습을 뿌리 뽑자고 다그쳤다. 
 
해당 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에서 경찰서장으로 재직 중 소속 직원의 음주운전 적발 횟수가 3차례나 됐다"면서 "그 이후론 폭음의 폐해를 깨닫고 운동이나 봉사·종교 활동을 적극 권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아들 학유 사례를 들면서 "폭음을 안하니 지갑에 돈이 남기 시작하더라"고 절주의 잇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부임 후 한창 실적을 쌓아야할 시기에 괜한 음주 사고로 행여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에서 나온 조치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선 경찰들도 알아서 음주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부서별·팀별 회식도 부쩍 줄었다.
 
한 경찰관은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 갖던 술자리도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면서 "술자리를 갖더라도 간단하게 1차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되도록 술자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술자리가 줄다 보니 퇴근 후 가족들과 보내거나 운동하는 시간이 늘어 좋은 점도 있다"고 웃어보였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의 음주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곤혹스럽다"면서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 달에 1~2번 일선서에 공문을 보내 절제된 술자리와 문화활동과 같은 대안회식을 가질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