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인하 요인 혼재…미 금리인상, 가계부채, 정치 리스크 부담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미국 FOMC가 11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2월 인상'을 암시했다. 사실상 금리 '인상' 움직임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요인과 인하요인이 혼재하는 상황이라 11월 금통위의 결정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OMC)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25~0.50%로 동결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에 그대로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사실상 시작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준은 "미국의 고용이 강화되고 경제활동이 개선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까지 금리인상을 가시화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지만 완만한 경기확장과 고용의 추가 개선여지는 열어 놨다. 또한 "에너지와 수입가격 하락으로 인한 일시적 영향이 사라지며 물가가 중기적으로 2%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언급을 통해 금리인상 의지를 피력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인식이 상향 조정된 만큼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12월 금리인상 전망은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근거가 지속해서 강화되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금리인상 시점을 가늠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번 FOMC가 종료된 직후 12월 금리인상 예상치는 더욱 올라갔다. 마지막 변수는 '미국 대선'다. 시장은 힐러리가 승리할 경우 연준의 금리인상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막판 추격을 하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트럼프 집권시 미국 재정이 불안해지면서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변화의 불확실성 증가는 고스란히 한국은행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현행 연 1.25%인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한 차례 정도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져 왔다. 특히 지난 10월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적기(適期)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많았지만 한은은 '동결'을 선택했다.

기준금리 동결에는 130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금리가 인하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심화되기 때문.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가계부채 문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남아 있는 두 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미국이 금리 '인상' 시그널을 계속 내고 있는 중이라 미국과 '역방향'의 행로를 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미 FOMC가 종료되자 ING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를 늦춰 잡으며 이와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팀 콘든 ING 연구위원은 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 FOMC가 12월 금리를 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하며 "올해 4분기에 금리를 1.0%로 25bp 내릴 것이란 전망을 내년 1분기 인하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대표되는 정치불안 또한 금리정책에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역할이 사실상 정지되면서 안정적인 재정정책을 기대할 수 없는 여건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모든 역할이 가중되는 결과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점 더 나올 수도 있다.

결국 한국은행은 1300조가 넘는 가계부채, 미 FOMC의 12월 금리인상, 정치 불안에 따른 경기부양 필요성 등 세 가지 압박 속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가계부채가 워낙 심각해 한은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하기 매우 힘든 환경"이라면서 "미국 금리 상승과 함께 한은도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 역시 "기준금리 예측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라면서도 "적어도 금리를 인하하는 건 사실상 어려워지지 않았나 생각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금통위는 오는 11일 오전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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