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동해병기’ 법안이 마지막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폐기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힘겹게 상하원을 통과한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법안이 일본 정부의 집요한 로비로 버지니아 주지사와 일부 의원들이 법안의 자동 폐기를 유도하는 경악할만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현재 상원과 하원은 각자의 법안을 상대에 넘겨 심의하는 이른바 ‘크로스 오버(교차 표결)’를 진행하고 있다. 
 
   
▲ 피터 킴 회장이 하원 상임위에서 동해법안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상원은 하원이 통과시킨 HB11(팀 휴고 법안)을, 하원은 상원의 SB2(데이브 마스덴 법안)을 각각 심의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조율된 통합안 혹은 두 개의 원안이 주지사의 서명으로 발효된다.
 
‘미주한인의 목소리(VoKA)’ 피터 김 회장은 28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동해병기 법안이 마무리 과정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로비스트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상원 교육위에 있는 HB11(팀 휴고 법안)을 심의하지 않고 자동으로 죽이고 있다. 이때문에 하원도 상원의 SB2(데이브 마스덴 법안)에 맞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비상상황을 알렸다.
 
버지니아 상하원이 각각 통과시킨 동해법안은 일련 번호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같은 법안이다. 두 법안 공히 8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통과했고 내용상 동일한 법안을 반대할 이유도 없기때문에 ‘교차심의’는 통과의례로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이 고용한 로비스트들이 민주당 중심의 상원과 공화당 중심의 하원의 역학관계를 파고들고 테리 맥컬리프 주지사에게 총력로비를 가하면서 ‘합법적인 폐기’라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교차표결은 3단계로 진행된 상하원의 1차 과정과 달리 교육위와 전체회의 두 단계만 거치면 최종 통과된다. 하원은 상원의 SB2 법안을 지난달 26일 교육위에서 찬성 19표, 반대 3표로 가결처리했다.
 
반면 상원은 첫 단계인 교육위에서 하원의 HB11(팀 휴고 법안)을 심의하지 않고 있다. 동해법안에 반대했던 민주당의 루이스 루커스 교육위원장이 아직 안건에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미주한인의 목소리 등 버지니아 한인사회는 27일 법안 발의자였던 모 의원의 다급한 SOS에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정보에 따르면 일본의 로비스트들이 맥컬리프 주지사와 일부 의원들에게 심의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지연전술을 펼쳐 회기내 자동폐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마지막 단계를 남겨둔 하원만이라도 상원법안을 통과시키면 단일법안으로 주지사에게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공화당 중심의 하원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원에서 자신들의 법안을 폐기시킬 경우 이에 반발, 하원 법안 역시 폐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하원은 지난주에 전체 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상원이 법안을 다루지 않자 3일로 미뤘다가 다시 5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이 하원 법안을 계속 계류상태에 놓은 것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동해법안이 최종 통과되려면 3월 8일 종료되는 회기내에 처리되야 한다. 이 날짜가 지나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결국 일본으로선 민주 공화 양당의 역학관계와 교차표결의 허점을 공략하는 마지막 수를 노린 것이다.
 
주지사선거 당시 한인사회에 동해법안 찬성 서한을 보내놓고도 일본의 로비에 흔들렸던 맥컬리프 주지사는 한인사회의 강한 반발에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서명하겠다”고 슬그머니 물러난 상태이다. 그러나 정보에 따르면 그는 여전히 일본에 동조하며 물밑에서 법안이 올라오지 못하는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인사회는 1일 버지니아 애난데일의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상하원의 조속한 표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3일 상원의 루이스 루커스 교육위원장을 찾아 법안 미상정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하원의원들에게는 상원과 관계없이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또한 맥컬리프 주지사 사무실을 방문, 법안 사인에 대한 강력한 협조를 재당부하기로 했다.
 
피터 김 회장은 “3일 의원들을 방문할 때 얼마나 많은 한인들이 나오느냐에 따라 동해법안의 운명이 달려 있다. 정치인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유권자들이다”라며 버지니아는 물론, 뉴욕 등 다른 지역의 한인들도 가세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