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쪽 크림자치공화국에 러시아가 2,000여 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군사개입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서면서 크림반도에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 ‘나는 우크라이나인 입니다'(I am a Ukrainian)' 동영상 캡쳐. 여대생 율리아라고 알려진 이 여성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뉴시스
 
우크라이나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장 겸 대통령 권한 대행은 2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중단하고 크림반도에서 철수해줄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세르히 아스타호브 대변인은 이날 8대의 러시아군 IL-76 수송기가 알려지지 않은 화물을 실은 채 크림반도의 그바르데이스코예 공군기지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크림반도 파견관인 세르기이 쿠니트신은 지역방송에 "13대의 러시아 항공기가 각각 150명의 병력을 태운 채 그바르데이스코예 기지에 착륙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에 대한 서방 지도자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 연방에 의해 취해진 군사적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은 국제 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개입에는 대가가 따르리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밖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유럽 지도자들도 이날 푸틴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악화하는 조치를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안보리 순회의장국인 리투아니아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식 회의를 열었다.  
 
우크라이나의 유리 세르게예프 유엔 대사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군 헬기와 수송기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들어왔으며 러시아계 무장 세력이 크림반도 주요 공항을 점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병력 추가 움직임에 관련해 우크라이나와의 상호협정에 따른 군사훈련일 뿐, 군사 개입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권을 침해하는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서방국은 자국민에게 크림반도 여행 자제와 철수를 권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지역의 모든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그곳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떠나라"고 지시했고, 미국 국무부도 자국민에게 긴장이 고조되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지역의 불필요한 여행을 취소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