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후보 '올스톱'…"인사혼란 가중될 것" 지적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최순실 게이트로 연일 정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낙하산'이 올스톱 되는 나비효과를 낳고 있다. 기업은행‧우리은행‧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관피아 낙하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예측이다.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인사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은행권에까지 미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시중은행을 압수수색한 것뿐 아니라 금융노조까지 정권퇴진운동에 가세했기 때문. 여기에 덧붙여 '낙하산 인사'와 관련된 이슈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 최순실 게이트로 연일 정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사진 오른쪽)의 연임 가능성이 재부상하고 있다. /기업은행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걸쳐 금융권 다수기관은 기관장‧CEO 교체를 앞두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우리은행‧기업은행이 올해 말, 수출입은행이 내년 3월 은행장 교체를 앞둔 상태다. 이들 은행은 모두 정부와 접점을 갖고 있는 기관들이라 낙하산 인사 관련 이슈가 늘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한 뒤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증권업계의 사정은 은행권의 '미래'를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탁결제원의 경우 지난 2일 유재훈 사장이 퇴임했지만 후임자는 공석 상태다.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되긴 했지만 하마평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 기존에 얘기가 나왔던 이병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유광열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내정설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자리를 옮기면서 '올스톱' 됐다.

이와 같은 혼란은 시작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김병준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이 분분한 상황에서 '아랫물'이 조용히 흘러갈 리 없다는 것. 

기업은행의 경우 권선주 행장의 '연임설'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차기 기업은행장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지만 여론의 역풍이 만만치 않았다. 여론이 낙하산 인사에 더욱 예민해진 상황에서 혼란을 수습할 적임자는 현임 권 행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권 행장의) 연임이 힘들더라도 기업은행 내부 인사를 행장으로 승진시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업은행으로서는 최순실 게이트의 나비효과가 썩 나쁘지만은 않은 셈"이라고 귀띔했다.

우리은행의 경우도 민영화를 추진 중이지만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광구 행장의 임기는 내달 30일 만료되지만 분할매각 방식을 추진하고 있는 민영화 절차상 내년 3월까지는 임기가 자동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민영화를 성공시킬 경우 이 행장의 공로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불확실하다. 만일 과점주주 방식의 매각 성공 후 새 이사회의 결정이 오리무중이다.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출입은행장의 경우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거의 매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시선이 집중된다. 특히 최근 박용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이 국책은행 임원의 자격 요건을 더 엄격하게 만드는 내용의 산업은행법·수출입은행법·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해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개정안은 국책은행 임원의 자격 요건으로 ▲5년 이상의 금융회사 근무 경력 ▲금융 관련 분야 교수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금융 관련 공공기관에서 7년 이상 근무 경력 등을 명시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관련 기관장 선임기준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윤종규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KB금융의 경우에도 한숨 돌리는 눈치다. 새 국민은행장으로 '낙하산'이 내려올 가능성이 많았던 상황에서 시간을 벌 여력이 생겼기 때문.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에 거대한 폭풍이 된 것은 맞지만 낙하산에 '구멍'을 냈다는 점에서는 어부지리"라고 지적하면서 "각 기관의 내부승진 사례를 많이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사건이 인사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탁원 사례에서 보듯 아무 대안 없이 그저 후임 결정이 늦춰지는 식이라면 '낙하산조차 내려오지 않는' 혼란으로 금융권 전체가 멍들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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