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에서 헌정사상 초유로 현직 대통령 스스로 검찰수사에 임할 것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스스로 검찰수사에 협조할 것을 말하면서 이번 최순실 사태의 철저한 진실규명을 촉구한 것이다. 야당에서 요구하는 특검까지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이번 사태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든다”고 말해 그동안 최 씨의 일탈 행위에 대해 다 잘 알지 못했음을 시사했지만, 결국 모든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뒤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밝힐 때도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부정하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제가 힘들었던 시절에 도움을 받은 인연으로 일부 연설문 등 표현에서 도움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열흘만에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도 박 대통령은 “제가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며 통탄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최순실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감수하면서도 정국수습에 나선 것이다.

김병준 국무총리에게 내치를 일임하는 등 향후 국정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정마비를 우려하며 정상화를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미래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다”며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 만큼은 꺼트리지 말아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날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전까지 박 대통령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측근 3인방’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을 경질했다. 

   
▲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에서 헌정사상 초유로 현직 대통령 스스로 검찰수사에 임할 것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청와대


이후 참여정부 정책 설계자였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책임총리로 내정하고 DJ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등 인적쇄신에 주력해왔다.

짧은 시간 동안 인적개편의 큰 틀을 새로 짜는데 주력해온 만큼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 이후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정국수습을 최우선으로 꼽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적쇄신부터 끝낸 박 대통령은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것은 물론 야당에서 요구하는 특검까지도 받아들였다. 

이를 놓고 야당은 여전히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을 꾀한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번 사태 이후 여당은 내홍을 겪고 있고, 두 야당은 거국중립내각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던 상황에서 박 대통령 스스로 국정정상화에 나선 것은 당연한 책임을 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괴로운 심경을 표출했다. 평소 박 대통령이 연설 등에서 드러내는 감정 표현 정도를 고려할 때 “진심어린 사죄”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는 말을 해 현재 회복하기 힘든 최악의 수준으로 나빠진 국민여론을 잘 알고 있음도 드러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항간의 최순실 씨가 사이비 종교의 교주이고, 박 대통령이 이 종교에 빠져서 최 씨의 농단대로 국정을 운영해왔다는 항간의 의혹은 강력히 부인했다. 

박 대통령의 거듭된 사과와 수사 수용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무조건 하야만 주장하고 있어 정략적 계산이 있다는 일각의 의구심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미 거국내각을 주장했다 번복하고 장외투쟁을 예고하며 하야만 주장하는 거대 야당의 모습을 보면서 현 사태보다 더욱 절망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제 야당은 현실성없는 거국내각이나 하야 주장을 버리고 차라리 합법적인 탄핵을 주장하지 못할 거라면 정국을 수습하는 수권능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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