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국책연구기관으로 정부와 함께 비교적 경제 낙관론을 견지해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수출 부진에 내수 둔화가 겹치며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전일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증가세도 둔화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의 경제 인식은 지난달보다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경제동향에서는 "수출과 제조업의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내수에 대해서는 "완만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KDI는 이달 내수에 대해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증가세가 축소되면서 경기 전반이 점차 둔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한층 어두운 진단을 내놨다.

9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0.5% '찔끔' 증가했다. 9월(6.1%)보다 증가세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자동차, 휴대전화 등 내구재가 3.0%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의복 등 준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는 각각 1.9%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전월 대비로 보면 소매판매는 -4.5%로 5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 쳤다.

KDI는 소매판매 부진이 더욱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101.7)과 유사한 101.9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대내 불확실성이 커지며 비교적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9월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4.2% 감소했다.

지난 6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끝나며 자동차 부문 투자가 부진한 탓이다. 이 때문에 운송장비는 24.6% 줄었다.

설비투자도 반등할 기미는 요원한 것으로 분석됐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9월 71.4%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7년 5개월 만에 최저치였던 8월(70.2%)보다 나아졌지만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지난해 내내 73∼75%대인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 생산활동은 저조한 상태다.

서비스업 생산도 9월 2.8% 증가했다. 전월(4.8%)보다 증가율이 2%포인트 축소됐다. 해운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운수업이 부진한 점이 직격탄이었다.

경제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수출도 '마이너스'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10월 수출은 3.2% 줄어 전월(-5.9%)에 이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KDI는 세계 경제 성장세는 여전히 미약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갤럭시노트7은 단종되는 사태까지 빚어졌음을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부정적 요인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경제지표 중에선 그나마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건설실적)만이 1년 전보다 9.4% 증가하며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KDI는 "지난 2∼3년간 주택을 중심으로 건설수주가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건설투자의 증가세가 단기간에 빠르게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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