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 요인, 미 금리인상·영국 브렉시트·원유 감축 등 금융시장 불안
대내적 요인, 가계부채·기업구조조정·정치리스크 펀더멘탈 붕괴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출구가 없다. 한국경제의 안팎 리스크와 변동성 뿐이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불확실성에 정치 리스크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외적인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을 들여다봐도 답답하다.

최순실발 정치리스크와 더불어 미 대선 불확실성이 한국경제 시계를 멈추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 여파가 우리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최순실 리스크가 정치 공백까지 흔들고 있어 내년 우리 경제는 험난한 여정을 맞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한국경제가 코마(Coma, 뇌사)상태다. 최순실 리스크로 인해 정쟁의 회오리 속에서 경제는 뒷전이다. 경제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로 지속되고 수출경기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내수는 더디고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밖으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과 미 금리 인상, 영국 브렉시트, 원유 감축 불확실성으로 아시아 신흥국의 자금 유출이 썰물 직전이다. 통화정책의 여건이 없는 우리로선 태풍의 눈이다.

거국중립내각과 대통령 하야 요구가 판치는 속에서 경제를 돌볼 겨를이 없는 차디 찬 겨울을 맞고 있는 것이 한국경제의 실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가지면서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을 여리박빙(如履薄氷)이라 표현했다. 얇은 얼음을 밟듯 몹시 위험하다는 뜻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불똥이 우리 금융시장으로 번졌다. 코스피의 경우 9월 말 2044를 기록한 후 이달 4일 1982를 기록하며 62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환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9월말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01원으로 같은 기간 42원이 오른 1143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국외로 눈을 돌리면 미국 대선관련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소비위축 가능성 등으로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다우(DOW)지수는 -0.24%,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0.17%, 나스닥(NASDAQ)은 -0.24% 떨어졌다. Euro Stoxx는 -0.64%, 독일 -0.65%, 프랑스 -0.78%, 영국 -1.43%, 스페인 -0.99%로 하락세다.

글로벌 주식자금은 미 대선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위험회피심리 강화로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미 대선 이후 시행될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해 높은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 사례와 같은 예측 결과의 신뢰도 약화로 헤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남미와 신흥아시아 펀드를 중심으로 6주 만에 소폭 순유출로 전환됐다. 시장에서는 클린턴 당선과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시나리오가 신흥국에 가장 우호적인 대외여건을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트럼프 당선은 신흥국으로선 위험요인이다.

수출 부진을 면치 못하는 한국경제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달갑지만은 않다. 내수가 받쳐줄 수 있다면 반가운 일이겠지만 내수 회복세는 거북이 걸음이고 고용시장은 찬바람만 분다.

올해 8월을 제외하고 21개월간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수출증가율을 보면 2015년 8%를 기록한 후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10.1%로 상승했지만 8월 2.6%, 9월 5.9%, 10월 3.2%로 곤두박질 쳤다. 청년 실업률는 2015년 9월 7.9%에서 올해 같은 기간 9.4%로 증가했다. 청년 실업자수도 같은 기간 35만8000명에서 41만6000명으로 늘었다.

내년 예산안은 엄두를 못낸다. 최순실 사태로 내년 경제정책 수립은 물론 예산 처리도 안갯 속이다. 내년도 예산은 헌법상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부터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했지만 최순실 블랙홀로 인한 부실심사가 이뤄질 수 있어 노심초사다.

최순실 게이트는 재계로 불똥이 튀었다. 최 씨가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금 논란으로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부영의 출연금 대가성 논란이 확대되면서 정경유착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의 '사정의 칼'이 기업에 영향을 미칠까 곤혹스런 표정이다. 기업들의 내년 경영계획 수립도 못하는 실정이니 투자심리는 얼음장이다. 구조조정을 해야 할 판에 투자할 입장도 아닌데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 역시 미국 대선 두 주자들이 보호무역주의를 외치고 있어 만만치 않은 계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고용 계획도 차디 찬 겨울 속이다. 그간 정부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대기업을 필두로 나선 소비진작 카드도 꺼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국경제는 주투무로(走投无路)다. 사방이 꽉 막혔다. 추진력을 갖고 헤쳐나가도 시원치 않을 판에 더 큰 문제는 한국경제를 이끌 컨트롤타워가 부재 중이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운영이 마비된 상태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 유지는 멈춰서 있다.

내각 개편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됐지만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인사청문회 일정도 못잡고 있는 마당에 통과도 바늘 구멍이다. 1년 남짓한 대통령 임기 내에 국정 변화를 예고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연속성도 희박하다.

올해보다 내년의 경제가 악화일로로 치닫을 거라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3.0%대로 전망했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나 한국은행 등은 2.2%~3.0%대로 점쳤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3.4%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3년간 경제성장률이 2% 중반대로 지속되면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올해는 영국 브렉시트, 미 대선 및 금리인상, 저유가 등 대외적인 영향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쳤지만 내년은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등 내부적인 요인으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우려된다"면서 "수출과 내수가 받쳐주지 않는 한국경제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시각은 한국 경제 전망에 옐로우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상황 속에서 최순실 사태의 정치리스크가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거라는 전망이다.

더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인 기업 구조조정마다 흐지부지 되는 마당에 가계부채 문제, 청년실업 증가, 내수·고용 위축까지 겹치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지 않는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부 특임교수는 "우리나라 정치리스크가 높아지고 북핵 위협마저 고조된 상황에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환차손을 입지 않으려년 위험선호 심리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자본유출 리스크가 발생될 수 있다"면서 "정치 공백은 있어도 경제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라며 내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