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이냐, 트럼프냐. 누가 되든 문제로다.’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두고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기업들이 이번 미국 대선 결과가 낳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미국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이번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중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지 미국 보호무역주의는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8일 산업계와 무역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에서는 자유무역 기조가 지지를 얻었지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치러진 선거의 경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반대의 양상을 보여왔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들의 수입규제 조치 요구가 커지기 마련인데, 여기에 미국 대선이 맞물리면 선거 이전부터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초기까지 이런 요구가 더욱 거세지기 때문이다.

정보통신(IT) 버블 붕괴로 미국 경기가 둔화한 2000년 대선 당시에는 빌 클린턴(민주당)에서 조지 W. 부시(공화당)로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수입규제가 크게 늘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후 호황기(2007∼2007년)에 비해 수입규제가 증가했다.

클린턴과 트럼프 가운데 누가 당선되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무역환경이 현재보다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등을 겨냥한 미국의 무역제재가 강화되면 한국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와 각 후보 선거운동 홈페이지에 따르면 두 후보 모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에 유리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환율조작국에 대한 무역규제조치를 최우선으로 추진해 중국과 교역조건을 바꾸겠다는 입장도 같다.

중국 등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미국 노동자와 기업들이 불리한 위치에 처했다는 전제가 깔렸다.

클린턴은 현 상태의 TPP에 반대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 부여를 반대하며, 무역법규 위반 시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통령 직속 수석무역집행관을 임명하는 동시에 무역집행관 인력을 3배로 충원해 미국 노동자에 해를 끼치는 환율조작국을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TPP 철회와 NAFTA 재협상, 중국에 45%, 멕시코에 35% 관세부과를 공약으로 내놨다.

아울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포하고, 중국에 지식재산권 침해 인정과 수출보조금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미국 법인세 인하를 통해 미국기업의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TPP 협상 재검토와 연계해 서비스산업의 조기 개방 등의 요구가 증대될 수 있다"며 "우리 정부와 기업은 당분간 수입규제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조사가 개시되면 기업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 체질 강화 필요성 대두

결과적으로 이번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강도와 수준은 다르겠지만, 전반적인 무역환경이 현재보다는 악화할 것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반(反)세계화 움직임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반세계화 시대의 세계화'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반세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높은 실업률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로 촉발됐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세계적인 교역 감소는 4분의 1이 보호무역주의 흐름에서 비롯됐고 나머지는 경기 부진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반세계화 흐름이 강화되면 보호무역주의 등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로 경제에서 교역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내수부문을 확충함으로써 중국의 성장 둔화와 같은 외부변수 악화에 경제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 발전으로 연결된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며 "기업은 공정경쟁을 통한 혁신으로 사회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최근 반세계화는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우리 경제와 기업활동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기업활동에 새로운 형태의 규제와 리스크(위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등 주요국 간 갈등 심화와 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국제교역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며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매우 큰 충격을 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미국 대선의 첫 투표는 한국시간으로 오후 2시(미국시간 8일 0시)에 뉴햄프셔주 북부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시작한다.

이어 한국시간으로 오후 7시에 버몬트주를 시작으로 델라웨어, 코네티컷, 뉴욕 등이 투표를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알래스카에서 투표를 마치면 9일 오후 2시가 된다. 

미국 대선 투표 및 개표는 컴퓨터를 이용한 시스템이어서 이르면 9일 정오를 전후로 승패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