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신당 창당 추진에 합의하면서 안철수 위원장의 이른바 'CEO(최고경영자)'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신동해빌딩 새정치연합 본부에서 공동위원장단과 긴급회의를 갖고 민주당과의 신당 창당 추진 방침을 알렸고 이에 대한 추인을 받았다.
 
   
▲ 김한길(오른쪽)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뉴시스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공동위원장단 앞에서 민주당과의 합당이 아닌 신당 창당이란 점과 양속을 지키는 세력의 한축으로서 거짓말 세력과의 싸움을 하겠다는 의미란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안철수 위원장은 민주당과의 논의가 급하게 진행돼 진행상황을 공유하지 못한 점을 양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공동위원장단은 독자세력을 추진하던 그간의 행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내놓는 등 격론을 벌였지만 논의 끝에 안철수 위원장의 결단에 동의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공개된 합의안을 보면 안철수 위원장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당창당준비단과 창당발기인대회 구성 비율로 '50대50'을 관철하면서 신당의 지분을 상당부분 확보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새정치연합 정당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점, 전국 각지 지방선거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자당 소속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현실적인 고려란 분석도 나온다.
 
또 신당 창당과 유지 과정에서 제기된 고비용과 자금조달 문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등 영향력 인사들의 영입에 잇따라 실패한 점 등을 고려해 안철수 위원장이 어쩔 수 없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결심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야권연대는 없다는 자신의 말을 바꿨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민주적인 협의절차와 소통 없이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로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안철수 위원장이 이처럼 구성원과의 내부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민주당과의 사실상 단독협상을 통해 통합이란 중대 결정을 내리자 일각에선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직 사퇴 결정의 데자뷰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시 안철수 위원장은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후보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11월23일 자신의 후보직 사퇴 결단을 통한 '인위적인' 단일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에도 안 위원장은 진심캠프 구성원들과 그다지 많은 의견교환을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지지자들은 물론 캠프 구성원들까지도 충격을 받았다.
 
 결국 안 위원장은 대선 당시에 이어 이번에도 개인적 결단을 통해 지지자들과 내부 구성원들의 운명을 바꿔 놓은 셈이다. 이 외에도 안 위원장은 최근에는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하면서 기초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많은 후보들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의 이런 성향은 최측근들로부터도 지적을 받아왔다.
 
 새정치연합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지난해 11월21일 부산일보 소강당에서 열린 포럼 '상상&공감'에서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새정치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며 "대선 주자의 1명이었던 안 의원이 국민으로부터 새정치를 실현해달라고 받은 '안철수 현상'을 새로운 정당으로 구체화하려면 스스로 내려놓을 것은 없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새정치는 누구의 독점물이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새정치연합 윤여준 의장 역시 지난달 10일 서울 마포구 용강동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새정치아카데미 1기 강좌의 강연자로 나서 안 의원의 CEO 리더십에 우려를 드러냈다.
 
 당시 윤 의장은 "안 의원이 얼마나 민주적이냐는 유보한다. CEO 출신이기 때문이다. CEO의 목표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확보해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국가라는 조직은 생산성과 효율성보다 공공성이란 가치가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잇따른 정치적 결단으로 후폭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향후 신당창당과정에서 안 위원장이 리더십에 대한 비판과 통합 반대자들의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