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독일 정치권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에 당혹감을 표출하고 있다.

선거 직전까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부 장관은 대놓고 트럼프를 힐난했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말을 아끼면서도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호흡을 맞춰온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시한 바 있다.

메르켈 총리와 같은 집권 다수 기독민주당 소속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국방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큰 충격"이라고 이번 선거 결과에 논평했다.

자녀 7명을 둔 여성 장관이자 '포스트 메르켈'을 꿈꾸는 정치인인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제1공영 ARD TV에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비록,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최종 확정되기 직전 공개된 언급이지만 그의 이런 촌평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대한 독일 주류 정치권의 반응을 대체로 웅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미 유권자 표심은 트럼프 자신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워싱턴 정가, 그리고 기성권력(기득권)에 대한 반대라는 것을 트럼프 후보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일단 분석했다.

그는 그러고는 "트럼프 후보가 내세운 '다시 위대한 미국을'이란 공약은 강력한 경제가 뒷받침돼야만 가능하고, 그건 트럼프 후보가 불확실성을 만들지 말아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여타 국가들의 보다 큰 기여를 강조한 트럼프 후보의 정견과 관련해 "우리 유럽국가들 역시도 그(트럼프 후보)가 나토의 다른 회원국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트럼프 후보는 답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고 했다.

슈피겔온라인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독자들에게 전하는 논평 이메일을 통해 "생각할 수 없었던 결과"라며 촌평했다.

이에 앞서 독일 주류 미디어 재벌인 악셀슈프링거 계열 저명 일간 벨트는 전날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다면 독일 국민 1인당 3만5천 유로(4천400만 원)의 손실이 유발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옮기면서 클린턴 후보가 "차악"이라고 썼다.

이 신문은 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손실 추정액의 근거와 관련해 트럼프 후보가 내세운 보호무역주의가 독일 수출에 큰 타격을 가하고 유럽 증시의 주가가 1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예시했다.

이 점에서 미국의 주요 수출 상대국이자 안보 우방인 독일로서는 트럼프 후보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뿐 아니라 신고립주의 심화 정책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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