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도널드 트럼프가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제45대 미국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면서 '미국판 브렉시트'를 현실로 만들었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거둔 이같은 승리는 "브렉시트의 10배에 해당하는 충격을 줄 것"이라고 공언한 트럼프 본인의 말처럼 브렉시트보다 훨씬 큰 파장을 지구촌 곳곳에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결과는 각종 여론조사가 클린턴의 승리를 점치는 가운데서도 자신을 '미스터 브렉시트(Mr. Brexit)'라고 지칭하며 '대반전'을 예고한 트럼프의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엎치락 뒤치락 하며 접전을 보였지만,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클린턴은 견고한 우세를 보였다.

선거 당일인 8일에는 CNN방송이 클린턴의 당선 확률이 91%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의 대선예측 프로그램인 '정치예측시장'이 대선 하루 전날인 7일을 기준으로 예측한 결과였다.

그러나 개표가 시작되면서 트럼프가 우세를 이어가자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41%로 대폭 낮추고,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은 16%로 59%로 올려 잡았다. 그리고 결국 승리는 트럼프에게 돌아갔다.

이처럼 영국과 미국에서 4개월여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 '데자뷔' 뒤에는 여론조사가 포착하지 못한 숨은 유권자들이 있다는 분석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영국에서는 빗나간 여론조사 예측의 한 원인을 '숨은 보수표', 이른바 '샤이 토리'(shy Tory) 유권자에서 찾았는데,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샤이 트럼프'(shy Trump)'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샤이 토리'는 1992년 영국 총선 직전 최종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1% 포인트 차이로 노동당에 지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7.6% 포인트 차로 이긴 데서 나온 말이다.

인기 없는 정당, 정치적 올바름과는 거리가 있는 정당을 찍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 실제 표를 던질 때까지는 여론조사원은 물론 경우에 따라 스스로에게도 어느 쪽을 택할지 입장을 입 밖에 내지 않는 유권자를 말한다.

트럼프가 그동안 각종 인종, 종교, 여성 차별적 발언과 막말, 음담패설 파문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었다는 점에서 그의 지지자들 역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꺼릴 것이라는 추측인 셈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은 전화·온라인 여론조사의 지지율 격차가 미미하다는 점 등을 들어 '샤이 트럼프'는 "일종의 신기루"라고 평가절하했다.

숨은 트럼프 지지층은 소수일 뿐이며, 선거일에 대규모로 출현해 전체 선거판을 뒤흔들 가능성은 작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샤이 트럼프'는 결집했다. 결국, 앞선 지지율 여론조사는 물론 '샤이 트럼프'의 영향력을 미미하게 평가한 예측마저도 또다시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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