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의 갑작스런 통합 신당 추진 발표에 "야합"이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복잡한 속내가 엿보이고 있다. 
 
6·4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야권 통합'이라는 엄청난 정국 변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 민주당 김한길(왼쪽)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헤어지며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새누리당은 당초 여당과 민주당, 안철수 신당의 3자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던 선거가 '여당 대 신당'의 양대 구도로 전환되면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우선 선거 전략을 양자구도로 맞추는 작업이 필요해졌다. 
 
특히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라는 '공약 실현'을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약속' 대 '거짓말' 세력이라는 강력한 프레임이 형성됐다는 점도 여당으로서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일단 양측의 제 3지대 신당추진 발표에 "전무후무한 최악의 뒷거래"라고 맹비난을 가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 대해서는 "'안철수 포장지' 한 장 값에 제 1 거대야당을 팔아버렸다"고 했고, 안철수 의원에게는 "대권후보 한 자리 값에 잉태 중인 신당을 포기해버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민주당과 안철수 측간의 합의를 '구태정치'로 몰아세우는 전략적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당황스러움도 크게 묻어나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공천 유지'로 가닥을 잡았던 민주당이 안 의원과 함께 '정당공천 폐지 공약 실현' 쪽으로 급선회 하면서 새누리당만 공약을 원안대로 지키지 못하는 모양새가 됐다.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앞으로 선거전에서 공약 폐기라는 '하나된 야권'의 공세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와관련, "입장 변화는 없다"고 했지만 당장 당내에서도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에 대한 당의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며 "새누리당은 당헌당규 개정으로 상향식 공천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는 공천 혁명을 하겠다고 했고, 전국위원회 의결까지 거쳤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여당도 대선 공약대로 무공천 선언을 해야 한다"며 "여당만 공천한다는 것은 대선공약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대의"라고 밝혔다. 
 
공약 실현을 명분으로 야권이 힘을 합치면서 '악재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당내 비주류의 이같은 목소리는 선거 전후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