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교역을 포함한 양국 경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국내 산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시사해 온 만큼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와 관련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 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은 지난해 7.9% 급감했지만 대미 수출은 0.6% 감소에 그쳐 전체 수출의 버팀목이 됐다.

수출 비중이 높다 보니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미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여전하다. 

문제는 공화당 트럼프 당선자가 유세 기간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예고했다는 점. 트럼프 당선자는 힐러리 후보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왔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앞세운 만큼 한국·미국 간 통상·무역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중국 수입물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자유무역주의에 피로감을 느낀 미국인들의 지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트럼프 정부는 집권 초기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섬유·의류나 자동차부품 등의 분야에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그러나 공공인프라, 석유·가스, 항공방위, 의료·제약 등 일부 분야는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 기회도 그만큼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트라(KOTRA)는 9일 내놓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기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이미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폐기를 공약한 상황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도 난항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트럼프가 언급한 무역 관련 공약이 어느 선까지 입법화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명확한 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진 보호무역의 강도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부품·섬유의류 주춤…공공인프라·석유가스 등 기회

   

국내 산업계는 미국 대선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자, 향후 대미 교역 등에서 닥쳐올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산업적 측면에선 자동차부품이나 섬유·의류 등의 산업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호재가 아닌 관계로, 분야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자동차 등 일부 업계는 대미 수출장벽이 확 높아지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어 초긴장 상태다.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IT전자, 철강, 유화 등 주요 수출 업종들이 트럼프 당선 이후 달라질 대미 교역 지형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섬유·의류 산업은 무역적자 피해가 극심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외 통상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철강 부문은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로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미국 내 철강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산 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규정을 강화해 미국 기업 위주로 특혜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대한 전략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지만, 반이민 정책에 따라 고학력·고숙련 노동자의 이민이 어려워지면서 실리콘밸리와 과학기술 관련 산업의 인력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기회 요인도 있다. 트럼프는 임기 동안 1조 달러의 공공인프라 투자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공공인프라 재건은 건설업뿐만 아니라 철강, 운송, 건설 기자재 등 관련 분야의 시장을 함께 키우고 대규모 공공지출이 소비자 지출로 이어지면서 자동차, 가전, 정보통신(IT), 의류제품 등 일반 소비재 수요가 증가해 우리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석유·가스산업 개발 찬성론자인 트럼프의 당선으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 온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의 정책이 전면 폐기되고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는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항공방위, 의료·제약분야에서도 새로운 시장 창출이 기대된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 장병의 수를 540만 명까지 늘리고 전투기, 군함, 미사일 방위시스템 현대화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것을 공약했다.

의료·제약 분야에서는 미국 공공보건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의약품 수입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당 분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

무역협회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세계적인 통상마찰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요 교역국 간의 상호 협력이 요구된다"며 "우리 정부도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에 대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