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는 종목은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고 다음 거래일에 공매도 거래가 제한된다.

또 기업의 유상증자 추진 기간에 해당 기업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매도·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9월 30일 한미약품이 주가에 큰 영향을 준 기술수출 계약해지 사실을 지연 공시하는 사이에 대규모 공매도가 이뤄져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본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한미약품은 당시 독일 제약업체 베링거잉겔하임과 계약했던 8천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이 해지됐다는 통보를 9월29일 오후 받은 뒤 이튿날 개장 후인 오전 9시29분께 공시했다.

이 같은 악재 공시가 이뤄지기 전에 일부 공매도 세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이득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돼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선 유상증자 공시일부터 발행가격 결정일 사이에 해당 종목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매도 투자자가 유상증자 직전 공매도 거래로 기준 가격을 떨어뜨린 뒤 증자에 참여해 과도한 차익을 얻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투자자가 직접 참여한 경우 외에 다른 사람의 명의로 증자에 참여해 장외에서 양도받는 행위도 금지된다.

사전에 유상증자 참여를 모두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감안해 사후 조사로 이런 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이유를 따지지 않고 처벌하기로 했다.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불법적인 공매도로 얻은 이익금의 1.5배가 5억원을 넘으면 그 금액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가격급등 종목을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하는 것처럼 가격 급락 종목에 대한 경보제도를 도입하는 차원에서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가 공매도 거래 비중, 비중 변화율, 주가하락율 등의 기준을 만들고, 이 기준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다.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면 다음 거래일의 공매도 거래가 금지되고 불공정거래, 시장질서 교란 행위 여부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공매도 자격을 갖춘 상태에서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행위 일체를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규정하기로 했다.

공매도 잔고 보고·공시 시한은 현행 3일 이내에서 2일 이내로 단축된다.

현재 자율공시 사항인 '기술이전·도입·제휴계약'과 '특허권 취득 및 양수·양도'는 의무공시 사항으로 바뀐다.

자율공시 내용일지라도 정정공시에 대해서는 익일이 아닌 당일에 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자율공시 항목 중 주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의무공시 대상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계약 파기 사실을 통보받은 다음날 개장 후 정정공시를 늑장으로 띄워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기술수출 등 단계별 성과에 따른 대가(마일스톤)를 받는 계약의 경우 마일스톤 금액을 별도 기재토록 하고 계약 변동 가능성을 명시하도록 공시 서식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장기 계약인 경우에는 중요한 단계별로 진행 현황을 공시해도록 했다.

공시 위반에 대한 제재금 상한은 5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재금 상한이 코스피는 2억원에서 10억원, 코스닥은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아지게 됐다. 아울러 공시책임자와 담당자에 대한 교육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유상증자 기간의 공매도 제한이나 거래량 실시간 공개 방안을 검토했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해외사례 등을 고려해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개선안 중 공매도 투자자 유상증자 참여 제한 등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내년 1분기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는 내년 초부터 시행하고 공시제도 관련 개선은 연내에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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