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유진투자증권이 지난달 5일 내놓은 ‘트럼프가 美 대통령이 된다면?’ 보고서가 ‘성지’(미래를 정확히 예측해 화제가 된 글)로 등극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선거 당일까지도 당선 가능성이 낮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이미 한달 여전에 나온 보고서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관련 보고서를 쏟아냈던 것과는 반대의 움직임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애널리스트들이 갖고 있던 예비 몇 부마저 모두 빼앗길 정도로 뜨거운 인기에 놀랐다”며 “여의도에서 보고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당선 가능성이 낮았음에도 무려 114페이지 분량의 트럼프 관련 보고서를 야심차게 기획했다. 자칫 시간과 인력의 낭비가 될 수 있었지만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경험에 따라 상식 밖에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를 경험하면서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이 상식 밖에 일도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이 같은 경험에서 트럼프 관련 대량 보고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의 보고서는 지난 9월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9·11 테러 15주년 추도식에서 힐러리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이면서 자리를 일찍 뜨는 등 건강이상설이 제기돼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면서 기획됐다. 트럼프 지지자를 ‘개탄할 무리’라고 표현한 힐러리 발언 역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일말 높였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힐러리는 오바마 현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어서 시장에 변동성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당선은 시장과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고서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을 보고도 다른 대형증권사 러시치센터조차 엄두도 못 낼 일을 중소형사인 유진투자증권이 해낸 것이다. 보고서는 투자전략 쪽에서 5명과 섹터(업종) 애널리스트 전원인 11명, 총 16명이 달라붙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애널리스트 사회에서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여기에는 애널리스트간 협업을 강조한 변 센터장의 의지가 작용했다.

앞서 지난 3월 열린 리서치센터 기자간담회에서 변 센터장은 “잘 맞추기 위해선 분석 영역이 개방되고 연결돼야 한다"며 "보고서의 질을 높이기 위한 콜라보레이션(협업)을 강조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변 센터장은 “글로벌 저성장 문제로 산업간, 기업간 합종연횡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한 분야만 집중하는 산업·기업은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기 어려워졌다”며 “애널리스트들도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분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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