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기대감'에 대해 첫 대법원 인정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계약 기간 끝나고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채용한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향후 비정규직 고용시장에 영향을 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사회적 일자리 지원사업을 담당한 비영리법인 A 재단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면 근로자에게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또 "그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거절하면서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A 재단에서 비정규직 신분으로 일하던 장모씨는 재단이 2012년 9월 계약 기간 종료를 통보하자 중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재심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공정한 절차에 따라 평가받을 기회를 박탈하고 부당하게 근로관계를 종료했다"며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재단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계약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포함한 정규직원의 채용 여부는 회사가 근로자의 업무 적합성과 회사의 인력수급 사정 등을 고려해 결정할 고유의 인사권한"이라며 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장씨의 고용형태가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봤다. 또 회사가 비정규직자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말해 온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장씨에게는 정당한 인사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인사위원회의 심의 없이 계약종료를 통보해 장씨가 공정한 절차에 따라 평가받을 기회를 박탈했다"고 판결 이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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