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疑心暗鬼(의심암귀)의 시대. 의심을 하게 되면 없던 귀신도 생긴다. 의혹을 가지면 가질수록 불안해진다. 그릇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잘못된 판단을 한다.

유래다. 어떤 사람의 집에 말라 죽은 오동나무가 있었다. 이웃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집 안에 말라 죽은 나무가 있으면 재수가 없다네. 그까짓 것 베어 버리지 않고 왜 여태 놔두나?" 기분이 찜찜해진 주인은 얼른 그것을 베어 버렸다. 

그러자 이웃 사람이 와서 보고 말했다. "잘 베어 버렸군. 기왕 베었으니 나나 주지 그래. 땔감으로나 이용하게." 그 말을 들은 오동나무 주인은 벌컥 화를 냈다. "자네, 알고 보니 땔감 욕심이 나서 나한테 공연한 소리를 했구먼."

이웃 사람은 죽은 오동나무를 보고 주인에게 스스럼없이 한 말이었다. 그런데도 오동나무 주인은 제풀에 의혹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지금 정치판은 물론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사태와 똑 닮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싸고 나오는 괴담도 딱 그 모양새다. 의심이 의심을 낳고 귀신까지 불러들인 것이다. 잘못된 소문의 선입견에 휩쓸려 한쪽 눈을 잃었다. 오직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상대는 안중에도 없다. 

사교 최순실의 주술에 박근혜 대통령이 빠졌다는 괴담이 없던 귀신도 만들었다. 11일 국회에 오방달력과 오방끈이 등장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긴급현안질문 자리에서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오방달력과 오방끈을 황교안 국무총리 단상에 던졌다. 

   
▲ 오방색은 우리나라 전통 색으로 연지곤지나 때때옷등 전통 곳곳서 사용되는 색이다. 전통적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오행에 따른 오방색을 격에 맞게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11일 국회에서 오방실을 뱀보다 무섭다면 총리에게 던진 이재정 의원의 색깔공세는 그야말로 의심암귀다. 사진은 유네스코에 선정된 강릉 단오제 모습.

이재정 의원은 정부가 제작한 오방색이 들어간 공식 달력과 오방끈을 문제 삼았다. "부지불식간에 우리가 우주의 기운을 받고 있었다. 저는 뱀을 든 것보다 소름이 끼친다"며 총리는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따졌다. 의심암귀다. 

황 총리는 "대통령께서 (샤머니즘 신봉 여부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샤머니즘을 믿지 않으신다"며 "제가 경험한 바로는 그럴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정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달력과 오방끈을 총리 단상에 던졌다. 오만불손이다. 

터무니 없는 색깔론 공세이다. 오방색은 한국인의 색체다. 이참에 오방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오방색은 음양오행의 사상에 따른 분류로서 중앙과 사방을 기본으로 삼아 오방(동·서·남·북·중)이 설정된다. 색상 또한 오방이 주된 골격을 이루고 있는 양의 색으로써 오색을 기본색으로 배정하고 그 다섯 방위사이에 놓이는 사이색을 음색이라고 한다. 

쓰임새를 보자. 의생활에서는 혼례 때 부인들의 가례복인 녹의홍상은 오행의 상생과 관련하여 장수하고 부귀가 충만하도록 하는 기원의 뜻을 담고 있다. 신부의 얼굴에 바르는 연지곤지도 시집가는 여인을 투정하는 음귀에 대한 축출의 의미에서 사용됐다. 돌이나 명절에 오색천을 이어 만들어 어린아이에게 입히는 색동저고리 역시 오행을 갖추어 나쁜 기운을 막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것이다.

식생활에서 간장항아리에 붉은 고추를 끼운 금줄을 두르는 것은 나쁜 기운의 근접을 막기 위한 것이며, 팥죽, 시루떡도 음의 기운을 물리치고자 한 것이다. 잔치상에 오르는 국수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국수위에 올려진 오색고명은 오행에 순응하는 복을 비는 의미가 더하여져 있다. 

주생활에서 우리 선조들은 건축재료로서 붉은 빛이 나는 황토를 사용하였다. 새해가 되면 한해의 안녕을 빌고 재앙을 물리친다는 기복과 벽사의 의미에서 붉은 부적을 그려 붙였다. 또 목조건물에는 단청을 칠하여 건물의 보존과 장식은 물론 왕궁과 사찰의 위엄을 표현했다. 

이처럼 오방색은 선조들에게 단순한 빛깔로써의 색만이 아니다. 방위와 계절을 나아가 종교적이며 우주관적인 철학관을 담고 있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오행에 따른 오방색을 격에 맞게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오방색으로 꾸며진 오방낭은 전통 복주머니다. 무속도 부적도 아니다. 오방색은 우리의 전통색체다. 국민대 정시화 교수는 서양색체만 있고 우리 색체가 없음을 앝타깝게 여겼다. 1983년 한국인 특유의 색체를 연구해 오방색을 비롯한 한국인의 색체의식을 발표했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정시화 교수의 '한국인의 색채'가 출판됐다. 우리의 전통색과 음양오행적 색채체계가 정립됐다. 따지고 보면 한국인의 색을 찾아낸 지 겨우 30년도 안됐다. 앞으로 해야 할일은 전통적 색이미지를 어떻게 살려 나아갈지를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주술이니 무속이니 하는 것은 괜한 짓거리다. 오방실을 뱀보다 더 무섭다면 총리에게 던진 이재정 의원의 덜 떨어진 색깔 공세의 진실이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 이 말 또한 주술과 관련하여 수없이 회자되고 있다. 일단 이걸 주술과 연관 짓는 무식함에 경의(?)를 표한다. 이 말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삶의 영감을 준 린다 번의 '시크릿'에 나오는 말이다. '시크릿'은 46개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이걸 수상한 종교단체의 말로 둔갑시킨 기막힘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팁으로 하나 더. 린다 번이 '시크릿' 이후 출간한 '파워The Power'는 삶의 모든 좋은 것에 다가가는 단 한 가지 파워, 바로 '사랑'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나'로부터 시작하는 사랑에서부터 '우주'를 끌어당기는 사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나와 우주를 둘러싼 모든 요소들을 끌어당기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우주의 끌어당김 법칙을 느끼고 사랑을 주는 것을 통해 긍정의 감정을 관리하여 영원히 풍요롭게 지속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금도 샤머니즘 운운한다면 구제불능이다.

책속 한 구절이다. "당신 안에는 우주에서 가장 커다란 힘이 들어 있다. 이 힘으로 당신은 '앞으로' 놀라운 삶을 살 것이다! 파워는 당신 안에 있다." _p.294. 어떠신가. 박근혜 대통령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에서 그의 말을 인용했다. 린다 번은 '시크릿'에서 긍정적인 마음가짐. 명상과 생각의 중요성, 부정적인 생각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주술에 걸린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지금 광란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들고 있는 그 분노의 촛불은 대한민국을 바람 앞의 촛불로 내몰고 있다. 괴담에 병든 사회는 진실을 외면한다. 그리고 치러내야 할 대가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제발 이성을 찾자.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린다 번의 '파워'속 구절로 마무리 짓는다. 

"물론 당신 삶에는 시련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당신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시련이기 때문에 당신은 그런 시련을 겪어야 할 사람이었다. 그러나 당신은 애초부터 문제와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당신은 승리를 거두어야 할 사람이었다! 당신은 원래 행복해야 할 사람이었다! 당신은 원래 '놀라운' 삶을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 _p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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