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소위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가려지기도 전에 비선실세로 드러난 최 씨와 관련된 각종 추문과 비리가 진실을 덮어버린 측면이 크다. 게다가 실은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최 씨가 무당이라는 야권의 주장이 국제적으로 ‘한국판 라스푸틴’ 사건으로 둔갑시켰다.

그동안 야당은 “주술정치이다. 박 대통령이 최 씨에 의해 조정당해왔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제 검찰에서 최 씨와 차은택 씨 등이 대통령의 묵인 하에 관료들의 인사에 관여하는 등 국정논단이 얼마나 있었는지 밝힐 필요는 있어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야당이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했다가 여당이 이를 수용하자 다시 말을 바꿔 대통령의 2선후퇴와 대중의 ‘대통령 하야’ 촛불집회에 참여할 정도로 미르·K스포츠 재단의 비리가 사실인지는 아직 따져봐야 한다. 특히 800억원에 달하는 대기업을 상대로 모은 기금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최 씨 등이 착복해 유용한 사실은 없다. 

미르재단 기부금 486억원 중에는 467억원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액은 에꼴페랑디 협력사업 등에 18억9000만원이 정상적으로 지출됐다. K스포츠재단은 기부금 289억원 중 278억원이 남아 있다. 태권도시범단 운영과 가이드러너 컨퍼런스 준비 등에 11억4200만원이 정상 지출됐다. 

역대 정권에서 친인척 비리와 거액의 뇌물수수 및 부정축재가 있어왔고, 이 때문에 정권이 끝나면 연루자들이 구속되고 처벌받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졌던 것은 모두 기억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이 모두 구속됐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도 인사와 청탁 등 국정논단으로 처벌받았다. 

이런 비리행위는 근절되어야 할 것이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역대 정부 가운데 대기업을 상대로 출연금을 모금받아서 공익사업을 벌이지 않은 정부가 없다.

대통령과 정부가 정책 성과를 위해 기업들의 협조를 구한 사례는 비일비재하고, 이는 사실상 통치 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해 강제모금이나 뇌물 혐의로 단죄한 경우가 없다.

과거 정부에서도 재단사업을 벌여 대기업을 상대로 기금을 모금해온 일들이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 때 삼성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 사건 이후 8000억원 규모의 민간 장학재단을 내놓았고, 노 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이 재단의 관리를 정부에서 하겠다고 선언한 뒤 재단 핵심 관계자들을 친노 인사들로 채웠던 사실이 있다. 

특히 이후 재단기금이 좌파 진영 지원에 활용됐다는 의혹마저 일었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 때 기금모금은 대가성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회장은 2008년 7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2009년 12월29일 단독으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 회장은 2008년 법원에서 조세포탈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것을 볼 때 노무현 정부에 대가를 바라고 기금을 납부한 것이 명명백백하다.

당시 이 회장은 IOC 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을 조건으로 사면의 은전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적 이익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자 통치행위의 일환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이건희 회장 한사람을 위한 ‘원포인트 사면’으로 특혜 시비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재단사업을 벌여 대기업을 상대로 기금을 모금한 사실은 더 있다. 2005년 12월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윤증현 금융위원장은 공익재단을 설립을 주도하면서 940억원을 모금한 사실이 있다. 

   
▲ 2016년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특히 개별 금융기관별로 기금을 모금해 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해온 특징을 보였다. 신한금융지주를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신한장학재단’을 설립했고,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300억원 규모의 ‘하나금융공익재단’을 설립한 사실이 있다. 또 외환은행을 상대로 50억원 규모의 ‘외환나눔재단’, 기업은행을 상대로 40억원 규모의 ‘기은복지재단’, 경남은행을 상대로 50억원 규모의 ‘경남은행사랑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이 밖에 국민은행을 상대로 매년 순이익의 1%를 사회공헌사업으로 환원시키는 것도 추진해 성공했다.

노 전 대통령도 금융기관을 상대로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2006년 1월 경제5단체장과 만난 신년인사회에서 기업의 양극화 해소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사회공헌사업을 독려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을 상대로 한 기금 모금도 활발히 진행했다. 삼성에 대해 에버랜드 전한사채를 이용한 편법상속을 빌미로 한 것 외에도 안기부 X파일 파문 등에 대해 사과하고 총수일가 재산 등 8000억원을 출연할 것을 요청했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현대글로비스 비자금 조성에 대해 사과하고 소외계층 지원 및 불우이웃돕기에 글로비스 주식 60%인 1조원을 출연하게 했다. SK를 상대로 전국 무료급식소 설립과 결식아동지원 사업에 1000억원을 출연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당시 전경련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사업을 체계적·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내부에 ‘중소기업협력센터’를 설립했다. 삼성, LG, 현대차, SK, 포스코 등 5대 그룹이 출연해 전경련 내에 215억원의 대중소협력기금을 조성했다.

대기업 기금 모금은 노무현 정부 외에도 있었다. 김대중 정부 때 대북 비료보내기 사업과 관련해 전경련에 80억원, 대한상의에 10억원, 무역협회에 10억원 등 총 10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금융위가 주도해 2009년 9월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로 미소금융 사업을 결정하고, 대기업과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도록 유도했다.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이 어려운 서민들을 대상으로 저리로 대출 지원한다는 취지로 2009년 12월부터 1개월만에 대기업, 은행 등으로부터 2659억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이 밖에도 이병박 정부 때 2010년 9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에서 대기업의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을 만들기고 결정하고 7184억원을 모았다. 2010년 12월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설립돼 40억원을 지원받았다.

참고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르·K스포츠 재단 외에도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5년 9월 대통령이 1호 기부로 시작한 청년희망펀드가 추진돼왔다. 청년희망재단이라는 이름의 이 사업 역시 청년희망펀드와 기부금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재원이 마련되고 있으며,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롯데그룹 등이 1025억원 정도를 기부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이 문제가 된다면 노무현 정부 때 이건희 회장의 장학재단 몰수와 그 대가성으로 이 회장에 대한 사면을 단행한 사실은 역대 최대 규모이자 대가성마저 드러나 더 큰 문제가 된다. 대통령은 물론 관련 수석 등이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받았어야 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이건희 회장이 8000억원을 투척한 '이건희 재단'은 ‘삼성고른기회 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 문제가 더 커졌다. 정부가 민간재단을 강탈 수준으로 빼앗아 친노 인사들을 핵심 관계자에 앉혀 재단 운영에 직접 관여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초 장학재단이라는 취지와 어긋나게 기금이 친노좌파 진영이 유용했다는 의혹이 짙었다. 이런 내용은 2009년 8월 월간조선 기사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또 당시 문화일보도 2006년 2월21일 ‘삼성 8000억 관리주체 논란’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노 대통령의 언급이 있기 전부터 정부는 그동안 돈의 용도와 관리 주체 등에 대해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획예산처는 대통령정책실과 이 문제 처리를 두고 긴밀히 협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한 사실이 있다.

이 재단 이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한명숙 총리와 이화여대 동문으로 한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인 함세웅 신부 등과 함께 한 총리를 지원한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다. 
       
이렇게 볼 때 임기 말 박근혜 대통령을 강타하고 ‘대통령 하야’ 주장으로 국정마비 사태를 불러온 이번 ‘최순실 사태’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같은 개인비리가 많은 사람과 국가사업 운영을 논의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을 하지 않아 불만을 고조시킨 것도 불쏘시개가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불만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가려서는 안된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잘됐는지 잘못됐는지는 법의 잣대로 명확하게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한다. 

돌이켜보면 이번 사태는 처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증언으로 시작돼 국정농단 사건으로 비화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 정책을 위해 설립된 미르·K스포츠 재단이 대기업을 상대로 기금을 강제 모금했다는 의혹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최 씨가 수정했다는 연설문은 국가기밀이 아니어서 대통령기록물로도 분류되지 않았고, 검찰이 혐의를 적용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서 모금했다는 기금은 거의 그대로 온존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출된 돈은 재단의 설립 목적에 맞게 사용됐고, 지금까지 자금이 유용된 사실은 없다. 야권에서 제기된 대통령의 사임 이후를 대비하려고 재단을 설립했다는 등 주장은 의혹 수준이다.

단지 일각에서 주장된 것처럼 기업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모금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이 일을 직접 담당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검찰에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으므로 앞으로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이다.

야당과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지금 대통령의 하야 여론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지만 그럴 자격이 없다. 문재인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며 당시 정삼문 총무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수차례 뇌물을 받아챙기고,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사건에 대해 책임진 적이 없다.  

이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마땅한 혐의가 나오면 헌법에 나와 있는대로 탄핵 절차를 밟으면 된다. 그 전에 대통령을 2선으로 끌어내리고 사실상 식물정부로 만들려는 야당의 획책을 정권수탈 의도로 지켜보는 시각도 많다. 야당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지켜온 민주주의의 길에서 벗어날 때 더 매서운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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