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예상외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순풍을 타고 있다. 

매년 예산안 심사 초반부터 진통이 시작되는 것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정국의 영향을 받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가 지난달 26∼28일 진행한 종합정책질의를 할 때만 해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추궁이 쏟아져나와 정상적인 예산안 심사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7일부터 진행된 예결위의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파행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농해수위와 국토교통위, 외교위 등에서 넘어온 예산안에 대한 감액심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만해도 소위위원 증원 문제로 감액 심사시작이 늦춰진데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둘러싼 여야간 충돌이 소위로 불똥이 튀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야 간 신경전이 예고됐던 '최순실 예산'의 경우도 아직까지 큰 충돌 없이 심사가 진행됐다.

'최순실 예산'과의 연관성이 제기돼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코리아에이드사업은 상임위 의견대로 42억원이 감액됐다. 국제협력단(KOICA)이 출연한 새마을운동 사업도 3억5천만원이 감액됐다.

다만, 대구순환고속도로 예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최순실표 최경환 증액 예산'이라며 대폭 삭감을 주장하자 새누리당 위원들이 '정치공세'라며 맞서며 20분 정도 정회된 끝에 해당 예산에 대한 심사가 보류되기도 했다.

소위에서 최순실 예산에 대한 '칼질'은 관련예산이 가장 많이 포함된 것으로 지목된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에 대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심사가 끝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이렇듯 예산안 심사과정이 순조롭게 돌아가자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처리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처리될 수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국회법 개정 이후 지난 2년간 예산안은 법정시한 내에 처리됐으나 최근까지만 해도 올해는 헌정사상 최초로 준예산을 편성하는 파국을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나왔었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안 등 쟁점 예산안에 대한 여야 간 의견 차가 현격한 데다, 올해에는 야당이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까지 강도높게 주장하고 나서 예산부수법안 합의에 진통이 극심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12월 2일 정부의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더라도 야당이 부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하기 전까지는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한 구조다.

법정기한 내 처리될 가능성이 주목되는 이유에는 최순실 정국에서 정부·여당의 힘이 빠지면서 여야 간 대치가 예상보다 완화될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야당 일각에서는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기우도 제기했으나, 현 정국에서 사실상 그럴 가능성 자체가 사라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법인세 인상에 대해 여당이 결사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등 막판 극심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커 법정시한을 시킬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예결위 관계자는 13일 전화통화에서 "국정마비 사태에서 국민은 국회가 원만하게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합의해 국민의 불안감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법정시한을 지켜야 하다는 여야 간 의무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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