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 가격 인하 약속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해 파산 위기에 빠진 우크라이나 정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유럽 에너지 공급 위기도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전날 우크라이나 정부에 155,000만 달러의 가스대금 체납액을 갚지 않으면 지난해 체결한 가격 인하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나는 우크라이나인 입니다'(I am a Ukrainian)' 동영상 캡쳐. 여대생 율리아라고 알려진 이 여성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뉴시스
 
세르게이 쿠르니야노프 가즈프롬 대변인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체납액을 갚지 않으면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우크라이나는 현재 인하된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에너지 장관도 2분기 가스 가격 인하는 계약을 갱신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익명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물러난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에너지 공급자인 자신의 입지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직접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3월 말까지 천연가스 가격을 낮춰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물러나고 며칠 뒤 러시아 총리가 이 가스 인하 약속이 우크라이나 새 정권에 명예가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상황이 바뀌어 무효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리 프로단 우크라이나 에너지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언제 가즈프롬의 체납액을 갚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6년 가스 가격 분쟁으로 2차례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등 가스 공급으로 서방을 압박해 왔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에 가스 수출량의 50%를 넘게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공급하고 있어 어떤 공급 중단도 유럽 에너지 안전보장에 위협이 된다.
 
미국의 동유럽 에너지 분석가인 미하일 코르쳄킨 몰번은 블룸버그에 가스 공급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전통적 수법이라며 지난 10년 간 러시아 정부는 정치적으로 구소련 소속 국가들을 압박할 때 에너지 공급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150억 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협상해야 할 정도로 현재 가즈프롬이 요구한 체납액을 갚을 재정적 여유가 없다. 프랑스보다 천연가스 소비가 더 많은 우크라이나는 사용하는 가스의 절반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분야 전문가 데니스 사크바는 다음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다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약속을 철회하면 유럽 에너지 수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가즈프롬은 지난해 EU 가스 수입의 약 30%를 공급했다. 그러나 올해 유럽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해 유럽 비축량이 많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관계 악화가 아직 EU의 가스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