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한 합리자주의자...통화정책 융통성 있게 운영할 것 기대

 박근혜 대통령은 3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전 한은 부총재인 이주열(62)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를 내정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청와대는 한은 총재 인선 배경과 관련, "중앙은행의 전통적 역할인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경제지표가 나아지고 있다며 섣불리 금리인상에 나섰다가 경제를 망쳐서도 않된다고 말했다.
 
   
▲ 김중수 전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뉴시스
 
이어 무엇보다 신임 한은 총재는 정부와 정책 공조를 중요시하며 시기에 적절한 융통성 있는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적절한 인물이 이주열 신임 한은 총재라는 설명이다.
 
'강성' 김중수에 뿔난 청와대...'온건' 합리주의자 택했다
 
이처럼 이 신임 총재의 선임 배경은 최우선적으로 정부와의 정책 공조에 최적합한 인물이란 점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흔히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매파(인플레이션방어 중시)와 비둘기파(성장안정 중시)로 분류된다.
 
금융권에서는 이 내정자에 대해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상황에 맞게 판단을 내려 결정하는 합리주의자"라는 평가가 많다.
 
적어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야 한은의 독립성이 보장된다거나 체감경기가 바닥인데도 경제지표만 나열하며 같은 소리만 반복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진 않을 거란 의미다.
 
이 내정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 부처 등과 빼어난 조율 능력을 보여줬다.
 
전임 김중수 총재는 정부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리 동결을 이어가는 등 강성으로 비쳐졌다.
 
김 전임 총재의 고집에 적지 않게 시달렸던 청와대가 이번 총재 선임 과정에서 이 신임 총재의 합리적이라는 평가에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정부도 이 신임 총재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의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민 대변인은 "한은 업무에 누구보다 밝으며 판단력과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식견과 감각을 갖췄고 합리적이고 겸손해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워 발탁했다"고 말했다. 이중 "합리적이고 겸손하다"는 평가가 낙점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내에서도 "될 사람이 됐다"며 반기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기축통화국을 단순히 따라 할 수도 없고 완전히 따로 갈 수도 없는데,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한국형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매파 평가...금융권 "우려할만 한 인물 아니다"
 
이날 강보합권을 맴돌던 국고채 금리는 장 마감 45분여를 앞두고 급등했다. 이 신임 총재 내정 소식에 매도 우위 장세가 연출된 것이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그가 한은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매파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은 집행부가 그간 금리 인하 압박에 불쾌한 감정을 내비쳤다는 인식이 작용해 동시호가 기술적인 매도로 보이는 외국인의 선물 투매까지 출현했다.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나왔던 상황에서 한은 출신의 총재가 내정되자 채권시장은 실망 매물을 쏟아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오히려 그간 부각된 것만큼 매파적인 성향이 크지는 않고 오히려 한은 출신인 만큼 전문가를 가장한 관료출신보다는 훨씬 합리적이고 나은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금리인하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웠겠지만 통화정책 차원에서는 소통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적인 경험이 부족한 게 흠이 될 수 있지만 조사국장 등 한은 내부의 경력을 볼 때 합리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 확산 등에 대한 우려로 하락했는데 한은 총재 선임 여파가 직접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한은 총재 선임이 주식시장에 영향이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최근 신흥시장 움직임이 불확실했던 만큼 차기 한은 총재가 빨리 내정돼 시장에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