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지난 4년(2012~2015년)간 재미를 봤던 음식료, 화장품, 중국 관련 소비주, 제약·바이오주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길게는 앞으로 4년 동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겁니다. 최근 제약·바이오주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수혜감으로 주가가 상승한다고 하는데, 사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데 따른 ‘안도 랠리’를 보이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최근 미디어펜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전 4년간 망가졌던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잘나갔던’ 종목들이 부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지난 4년간 금리는 끝없이 내려갈 것 같았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지만 앞으로의 4년은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의 중소형주 하락 현상에 대해서도 공매도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원 대표는 “공매도라고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과거 한미약품에 대한 공매도에 나섰을 때 주가가 오히려 상한가로 치솟은 적도 있었다”며 “과거 금리가 하락하면서 중소형주, 성장주가 치솟고 고령화로 헬스케어업종이 날아가던 시기는 이제 지나갔다”고 강조했다. 코스피·코스닥지수는 큰 변화가 없더라도 ‘뜨는 종목’과 ‘지는 종목’이 빠르게 자리를 맞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를 크게 경계했다. 한미약품 사례에서 보듯 임상 중단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기술수출 계약금도 단계적으로 받는 것인데, 마치 바로 실적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주가에 거품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적자기업 최초로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도 “아직은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원 대표는 “트럼프 당선으로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시장에서 자금이 빠지면서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는 있지만 대형주 상승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공약으로 내놓은 만큼 그동안 소외받았던 건설, 발전·중장비 등 ‘중후장대’ 기업들에 다시 주목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렁에 빠져있는 조선·해운업종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낙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처럼 사업이 다각화된 기업을 제외하고는 매력이 그리 크지 않는 것이다. 자동차 기업 역시 트럼프의 정책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 3분기까지 현대중공업은 28조98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조선·해양·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부문의 매출은 3조8000억원 수준으로 전체의 13%가량을 차지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의 회사로 독립경영 체제를 확립해 리스크를 분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원 대표는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빨리할수록 좋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회에서 최근 기업 분할시 자사주에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 등이 발의된 상태이고 향후 정권이 교체되면 관련 법안 처리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며 “내년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분할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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