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내각·국회추천총리·영수회담 말바꾸기 이어 퇴진운동 선언
   
▲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긴급 양자 영수회담을 요청했다가 철회한 사실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로 국정마비가 이어지는데도 야당의 말 바꾸기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당은 처음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주장하며 거국중립내각을 내세웠다가 여당이 수용하자 번복했다. 국회의 총리 추천을 청와대가 받으면 내치·외치를 분리하겠다고 먼저 주장하더니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는데도 야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추 대표가 돌연 단독으로 영수회담을 건의했고, 청와대가 즉각 수용하자 야권 전체가 공조를 깼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추 다르크’로 당선된 추 대표는 졸지에 ‘추 미르’라는 오명도 썼다.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야 3당이 합의한 것도 아닌데다가 당내 공식 논의 절차가 없었던 모양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추미애의 최순실 있다”며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자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15일 전국의 시민단체와 함께 대통령 퇴진운동에 전념할 것을 선언했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이기는 하지만 현역 의원 신분도 아닌 문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퇴진운동의 선봉장에 설 것을 다짐했다.  

여기까지 야당이 보여준 행태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대권을 노리고 한판 펼쳐진 정치게임을 보는 듯하다. 비유하자면 100m 달리기 출발선 앞에 선 제1야당 전 대표 문재인, 제2야당 전 대표 안철수,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빠르게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운동회가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앞당겨져 열린 것이다. 서둘러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선수들부터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달리기 출발선이 만들어지고, 선수들도 모여들었다. 첫 총성이 울리면 선수들은 출발선에서 포즈를 취해야 한다. 두 번째 총성이 울릴 때 전속력으로 달려나가기 위해서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이 출발선에 먼저 섰다. 마지막 총성을 기다리며 좌우 다른 선수들을 곁눈질하던 중 갑자기 문재인 전 대표가 반칙으로 두세발 먼저 스텝을 밟아버렸다. 즉각 경기는 중단됐고, 선수들은 다시 출발선에 모일 것이다. 

대략 이런 모습이 지금 야권의 모습이라면 과도한 추론일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온 국민을 큰 절망에 빠뜨린 최순실 사태에 임하는 야당은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 게임에 여당은 철저히 배제됐다. 여소야대라 가능한 일이다. 급기야 여당 비박계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제 살 도려내기 외에는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100만명의 인파가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연합뉴스


어쨌든 최순실 사태로 대중은 광장에서 거대한 촛불을 밝혔고, 그 촛불이 드리운 그림자 저편에 야당 정치인들이 자리를 틀고 앉았다.   

이들은 국정공백은 아랑곳없이 대통령 퇴진운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어느새 야 3당은 암묵적인 조약이라도 맺었는지 누구 한명 돌출행동도 허락하지 않을 모양새다. 야당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거대한 대통령 퇴진운동은 먹구름이 되어 온 나라를 뒤덮을 기세를 떨치고 있다.

이미 검찰수사를 통한 진실규명은 안중에도 없다.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의 국정논단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자마자 ‘샤머니즘 스캔들’로 몰아갔던 그들이다.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이 ‘영세교’라는 사이비 교주였다는 점에서 착안됐다. 추미애 의원의 “주술정치”나 박지원 의원의 “최순실 대통령, 박근혜 부통령” 등의 발언이 이번 사태를 규정지었다.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논단으로 모습을 드러낸 ‘최순실 사태’는 그 장본인이 저질러온 온갖 추문 때문에 본질을 더욱 흐렸던 것이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솔직한 심정으로 대국민 사과를 해도 야당이 “대통령이 아직 반성을 못했다”고 몰아붙이면 그 말이 통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는 다시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최순실 사태로 일시적으로 묻혀버렸지만 ‘송민순 회고록’에서 거론된 문 전 대표를 위시한 노무현 정부의 대북결재 논란은 대선 이전에 반드시 되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께 퇴로를 열어주고 싶었으나 박 대통령은 이런 저와 우리 당의 충정을 끝내 외면했다”면서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가서명한 일을 비난했다. 이를 두고 문 전 대표는 “권력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채 민심을 거역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예견된 오류일 뿐으로 숨길 수 없는 ‘문재인 정체성’을 만 천하에 증명해보인 것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야권 성향의 전문가들조차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첩보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의 첩보도 일본으로부터 나오는 실정을 지적한 것이다. 일본이 위성 5기,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등을 보유하고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한일군사정보협정이 체결되면 우리는 일본의 정보를 지체없이 공유할 수가 있다.

결론적으로 최순실 사태를 호기 삼아 야당이 앞당겨진 대권레이스를 즐기는 동안 동북아 정세는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변화를 거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그칠 수가 없다. 야당은 국면전환을 노린 꼼수라고 비난하지만, 그래서 일부 국민들도 덩달아 조롱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가장 강인한 모습으로 묵묵히 국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최순실의 국정논단은 검찰에서 낱낱이 밝혀지길 기대해보자. 이미 박 대통령은 두 번의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순실과의 관계를 인정했고, 일부 연설문을 최씨에게 보여준 것도 인정했다. 이후 언론에서 쏟아진 국정논단은 검찰에서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은 무엇이든 책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가 최순실 국정논단을 상세히 알았든, 몰랐든 국민이 이 지경까지 밀려온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니 야당을 이끄는 대표들과 차기 대권주자들도 이제 운동복을 벗어버리고 돌아와 국민 앞에 진솔하게 나서길 바란다. 이제 여야 할 것없이 이 나라 정치인들은 국정 정상화에 힘을 모을 때이고, 그 노력은 국민의 기억과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무엇이 야당과 여당 일부의 이성을 마비시켰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그 누구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박 대통령에 시선을 돌려 그가 마지막으로 어떤 결말을 맞을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현직 대통령인 것이 분명하고, 그런 그가 비리든 추문이든 위기에 몰린 것은 국가적 불행이기 때문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