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지난 2010년 이후 국내 대기업 그룹사들의 인수합병(M&A)은 삼성과 롯데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2010년부터 2016년 11월 현재까지 30대 그룹의 M&A 현황을 조사한 결과, 건수로는 280건, 인수 금액은 57조91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한 M&A는 25건, 16조8246억원으로 건수는 전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지만 금액은 거의 30%를 점했다. 삼성의 하만 인수(9조3000억원)라는 '메가 빅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M&A를 통해 경영권을 완전히 인수하고 사업보고서상으로 인수 금액이 확인된 사례만 포함했다. 하만처럼 인수 예정 기업도 집계에 넣었다.

삼성은 11조3816억원(21건)으로 30대 그룹 전체 M&A 금액 중 5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특히 21건 중 해외기업 대상 M&A가 7건으로 3분의 1에 달했다.

하만 외에도 메모리 반도체 기업 그란디스, 클라우드 콘텐츠 업체 엠스팟,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소프트웨어 업체 엔벨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등 주로 실리콘밸리의 기술력 있는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롯데의 M&A 실적은 지난 7년간 28건, 9조7583억원에 달했다.

국내에서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등을 사들이는 빅딜에 이어 KT렌탈, 하이마트 등 시장의 굵직한 매물을 사들였다. 해외에서는 화학업체 타이탄 등 B2B(기업간거래) 기업도 인수했고, 더뉴욕팰리스호텔 등 전통적인 강세업종인 관광레저부문 M&A에도 관심을 쏟았다.

현대차그룹은 5건, 5조5589억원으로 건수 자체는 작았지만 덩치가 큰 국내 기업을 M&A의 주요 목표물로 삼았다. 현대건설, 현대종합특수강, 만도신소재 등이다.

SK그룹은 19건, 5조75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2012년, 3조3747억원) 외에 메가딜은 없었지만 텔스크(IT서비스), 동양매직(가전), 당진에코파워(발전) 등 다양한 부문의 기업을 사들였다.

포스코가 4조8999억원(10건)으로 'M&A 큰손 빅5'에 들어갔다. 대우인터내셔널을 계열 편입시킨 것이 상당한 비중을 점했고 에너지, 소재 분야로 외연을 넓혔다.

CJ는 M&A 금액의 경우 6위(4조1023억원)에 그쳤지만 건수(46건)는 단연 30대 그룹 중 최다였다. 최다 2위인 롯데(28건)보다 22건이나 많았다.

CJ는 2015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5~10건씩 꾸준히 M&A에 나서면서 사업부문을 다변화했다. 주로 케이블 방송사업과 미디어, 콘텐츠 영역이 많았고 '본업'인 식품기업 인수도 이어졌다.

한화(11건, 3조5732억원)는 한화큐셀 등 태양광 기업 인수가 눈에 띄었다. 테크윈, 디펜스 등 방산부문과 종합화학 등 석유화학부문은 삼성에서 빅딜로 4개사를 새 식구로 맞아들였고 증권·자산운용 등 금융 쪽 지분투자도 꽤 있었다.

현대중공업(5건, 3조871억원)은 톱 10에 이름을 올렸지만 2010년 현대오일뱅크 인수 이후에는 이렇다 할 M&A 실적이 없었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4건, 2조6345억원)도 금액 순위로는 10위권 안에 들었다.

LG그룹은 25개사를 인수했지만 큰 거래가 없어 금액은 2조2788억원(10위)에 그쳤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실리콘웍스(시스템설계), 원신스카이텍(무인헬기시스템) 등 기술기업에 관심이 많았다. 동부에서 팜한농을 사들여 계열사인 LG화학과의 시너지를 노린 것이 최근 눈길이 가는 M&A 행보였다.

신세계(14건, 1조8710억원)는 2012년 센트럴시티를 인수하는 등 유통채널 확장용 부지를 위한 부동산 투자가 많았다. 올해 문을 연 하남 스타필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부동산 개발업체 등에 대한 M&A가 선행됐다.

GS(16건, 1조1755억원)는 석유제품 판매, 화학 부문, 화력발전 부문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M&A를 시도했다.

30대 그룹 중 모두 12개 그룹이 지난 7년간 국내외 크고 작은 M&A에 각각 1조원 이상의 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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