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소장펀드 판매 시작, 펀드 온라인코리아 문 열어

펀드업계 지각변동이 시작된다.

그동안 은행·증권사의 자사 상품 밀어주기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자산운용사와 독립 운용사들도 능력에 따라 고객의 입맛에 맞는 펀드를 만들어 시중에 팔기 쉬워진다.

금융소비자들도 한층 다양해지고 절세 혜택이 있는 펀드가 출시됨에 따라 자신의 재정 상태에 따라 맞춤 펀드를 고를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소득공제 장기펀드의 경우 소비자가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펀드 슈퍼마켓도 고객이 선택하기라 어려워 다시 은행·증권사에 기대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다.

◇소장펀드, 월 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 세재 혜택

이달 17일부터 소득공제 장기펀드(이하 소장펀드)가 판매돼 펀드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지난달 28일부터 금융감독원에 소장펀드 상품 신고서를 접수하고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한국투신운용, 미래에셋운용, KB운용 등 운용사 29개사가 펀드 출시를 확정했으며, 나머지 6개사도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펀드는 연간 총 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가 연 600만원을 투자하면 240만원(납입액의 40%)의 소득공제 혜택에 따라 연말정산을 통해 약 4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기간은 최소 5년이며, 600만원 한도 내에서 일정 금액을 주기적으로 납입하거나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한도 내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소장펀드에도 가입할 수 있다.

소장펀드의 가장 큰 강점은 물론 '절세효과'다.

이자소득 등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재형저축과 달리 소장펀드는 납입금액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예를 들어 재형저축의 경우 연 4.5% 확정금리 상품을 가정하고, 연간 한도인 1200만원까지 저축할 때 약 7만5,600원 절세에 그치는 반면 소장펀드는 약 39만6,000원의 절세효과가 발생한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펀드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가운데 소장펀드는 소득공제 혜택을 감안하면 메리트가 많고, 20~30대 젊은층이 가입하기에도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온라인코리아...고객 입맛에 맞는 상품 싸게 고를 수 있어

모든 펀드를 온라인 상에 백화점식으로 진열해 소비자가 직접 객장에 찾아가지 않아도 입맛에 맞는 펀드를 고를 수 있고 착한 수수료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펀드 온라인코리아'도 개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펀드 온라인코리아의 상품 수수료는 판매보수가 0.35%, 후취수수료가 0.15%다. 객장에서 구입할 때는 평균 판매보수가 1%, 선취수수료는 0.9%로 펀드 온라인코리아에서 펀드를 구매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증권사들도 펀드 온라인코리아 출범에 앞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S캐치 펀드' 서비스를 통해 기존 온라인 판매방식인 단순 나열이 아닌 고객에게 적합한 펀드를 추천하고, 보유펀드 진단과 함께 전문상담이 가능하도록 사후관리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펀드에 가입할 때는 투자자의 나이, 투자경험, 기대수익률 등 개인별 시뮬레이션을 통해 투자목표를 설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현대증권도 오는 10일 '에이블(able) 펀드마켓'을 오픈할 예정으로 펀드온라인코리아가 내세운 값싼 수수료와 다양한 상품에 더해 고객 편의성을 갖춘 시스템과 국내외 유수 금융기관의 투자정보, 온라인 펀드 전문 투자상담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에이블 펀드마켓을 통한 펀드 수는 약 1,100여개로 업계 최다 수준일 뿐만 아니라 펀드온라인코리아(950여개)보다도 많다는 게 현대증권의 설명이다.

온라인 펀드 판매 1위인 키움증권의 경우 기존 펀드 판매 사이트를 강화하고, 오는 14일까지 펀드 신규 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입 금액의 10%를 돌려주는 '통큰' 이벤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펀드 온라인코리아 관계자는 "특정 계열사와 상관 없이 모든 펀드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펀드슈퍼마켓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펀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소장펀드 투자여력 없어", 펀드 슈머마켓 "이용하기 어려워"

그러나 업계에서는 소장펀드가 기대만큼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다.

차지훈 우리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가입대상자와 기간, 한도의 제약으로 수혜자가 제한돼 있는 만큼 펀드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여는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도 "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인 투자자들은 생활비 등 지출해야 할 곳이 많은데 소장펀드에 투자할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같은 시기에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흥행몰이에 실패한 재형저축도 가입요건이 5,000만원 이하였던 만큼 소장펀드가 '제2의 재형저축'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펀드 슈퍼마켓의 경우도 말 그대로 소비자가 스스로 펀드를 골라야 하는 만큼 전문성이 부족한 소비자를 위해 자문해주는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하는 독립자문업자 제도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독립자문업자의 자본금요건과 전문인력요건 등 인허가와 관련된 법령을 개정 중인데 올 하반기는 돼야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결국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고객 스스로 투자상품을 선택하고 구입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소지가 생길 가능성이 현재로써는 매우 높다.

독립 운용사들 역시 펀드 온라인 코리아를 통한 판매 채널 확대는 환영하고 있지만 펀드 슈퍼마켓이 정착되고 활성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증권사들이 자체 온라인 펀드몰에 혜택이 더 많은 전용 상품을 내놓아 펀드 온라인코리아와 경쟁한다면 설립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