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이주열 전 한은 부총재가 내정된 가운데, 채권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4일 채권 전문가들은 이 내정자에 대해 '균형있고 합리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평이 우세하면서도 한은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매파로 분류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김지만 연구원은 "부총재 퇴임 당시 물가안정책무를 다하지 못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회고했다는 점에서 이 내정자를 매파로 분류하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부총재 시절 소수 의견을 낸 사례가 없었으므로 매파나 비둘기파로 단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2008년 리먼사태 당시 통화신용정책 부총재보로 재직하며 금융위기 대응 차원의 금리인하를 이끌어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을 기대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는 연중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LIG투자증권 윤기현 연구원은 "한은 내에서 금리인하 여론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고 여길 수 있는 상황이라 한은맨 출신 차기 총재가 다소 매파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며 "한은 내부에서는 독립성을 강조하며 금리 인하 여론을 불필요한 압박이라고 생각한다. 이 내정자도 내부 의견에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G2(주요 2개국)의 일시적 경기둔화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신흥국 경기불안 등을 바탕으로 기준금리는 상반기까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향후 금융통화위원회와 시장간의 소통이 원활해질 것이고 시장의 기대치가 합리적으로 결정된다면 금리 불확실성은 줄어들 것"이라며 "한은 총재 인사와 가계부채 구조개선안 등을 고려한다면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권시장에 대해서는 차기 한은 총재 내정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돼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과, 당분간 변동성이 지속돼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지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 대해서는 당분간 강세보다 약세 우위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양증권 전소영 연구원은 "한은 총재 임명에 따라 시장을 지배하던 하나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채권시장에는 가격에 반영된 만큼 추가 약세보다는 일시적으로나마 강세 되돌림이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