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순실 게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다’고 밝히면서 정치권은 탄핵 정국으로 돌아섰다. 

검찰 발표가 있은 지 다음날인 21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청와대나 여당이 무조건 ‘대통령 하야’를 외쳐온 야당에 대해 탄핵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해온 만큼 논란 2개월여만에 헌정질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추진될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로 가야하는 만큼 야당은 새로운 기로에 빠졌다. 이날 야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국회추천총리 카드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 뒤늦은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야당은 대통령 탄핵과 총리 추천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며 또다시 무리수를 놓는 모습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황 총리부터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국회추천총리 수용 여부와 관련해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전제로 할 경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조건이 달라졌으니까 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 대통령의 “여야 합의 총리에게 내각을 통할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돌이켜볼 때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국회와 더 이상 총리 논의가 없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탄핵 추진과 총리 추천을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야당의 무리수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탄핵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범죄자라는 인식 하에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는 것인데 대통령을 범죄자로 규정하면서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대통령이 거국내각총리를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야당이 이에 응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그랬다면 야당은 탄핵을 추진하며 총리도 추천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순실 게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다’고 밝히면서 정치권은 탄핵 정국으로 돌아섰다./연합뉴스


정 원내대표의 말처럼 최순실 사태 이후 야당은 지속적으로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며 국정 정상화의 시기를 놓쳐왔다.

처음 언론을 통해 최순실 사태가 드러났을 때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초 거국중립내각 주장을 먼저 했던 야당이 이를 거부하자 박 대통령은 김병준 총리 카드를 제시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총리로 추천한 박 대통령의 제안을 야당은 ‘꼼수’라며 비난했지만 사실 납득되지 않는 반발이었다. 자신들의 주장대로 ‘최순실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박 대통령의 국정수습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 이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또다시 국회추천총리를 요청했으나 이번에도 국회는 총리 추천에 관심이 없었다.

이제야 야당은 ‘탄핵 카드’를 뽑으면서 검찰수사 결과로 탄핵할 명분이 생겼다고 말하면서도 당장 황 총리의 권한대행 문제로 멈칫거리는 모습이다. 마치 이런 난감한 상황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는 눈치인 것이 의아할 정도이다.  

최순실 사태 이후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샤머니즘 프레임을 씌웠고, 각종 루머를 뒤섞어 공세를 가했다. 분노한 국민을 광장으로 이끌어내 대통령 하야를 외치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야당의 비합법적인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결집시켰다. 야당의 정치적 셈법이 두달여 이어지면서 일부 국민들은 속 시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국가 이미지는 큰 데미지를 입었고, 이를 회복하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을 상대로 강제모금해 퇴임 이후를 대비했을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미르·K스포츠 재단과 유사한 공익사업재단이 역대 정권마다 있었던 사실이 밝혀진 것도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 기업이 기부금을 냈던 공익사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최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쓴 칼럼에 나오는 대목인 “대통령이 국정과 관련해 의견을 물은 상대가 동대문시장 상인이었더라면 오히려 미담이 됐을 것이지만 최순실이어서 문제”라는 내용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제 박 대통령의 탄핵이 엄정하게 진행된다면 여야 정치권은 물론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체득하고, 그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일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내내 막말을 그치지 않았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또다시 “대통령이 버티면 끌어내야 한다며 전국적으로 탄핵서명을 받겠다”며 대중 선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초유의 사태를 맞고도 국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막말로 대중을 선동하고 걸핏하면 장외로 뛰쳐나갈 궁리만 하는 야당 정치인들에게 실망한 국민들은 그들에게 과연 수권능력이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지지층만 만족시키는 얄팍한 정치수법을 끝내지 못하는 야당에게 당장 현직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맡겨도 될지 우려되는 이유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