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회계사기 뒤에는 이를 묵인 내지 방조 차원을 넘어 감사조서 누락 등 적극 가담한 회계 법인이 있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2일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정황을 발견하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적정' 외부감사 의견을 내준 혐의(공인회계사법 위반 등)로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배모 전 이사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배 전 이사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우조선 감사팀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2013∼2014 회계연도 외부감사를 진행하면서 대우조선이 이중장부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부실 감사를 하고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대우조선은 공사 진행률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업 등 수주 산업에서는 실제 발생 원가(들어간 돈)를 총 예정 원가(들어갈 돈)로 나누고 다시 100을 곱해 공사 진행률을 산출한다.

분모인 총 예정 원가를 줄이면 결과적으로 공사 진행률이 높아진다. 이렇게 하면 실제 회사에 들어온 돈과 관계없이 장부상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방식의 회계조작은 조선·건설업 등 수주 산업 분식회계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대우조선은 회사 내부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는 실제 경영 판단을 담은 총 예정 원가(실행 예산) 데이터를 관리했다.

하지만 주주와 투자자 등에게 공시되는 재무제표를 검증하는 회계법인에는 별도 관리되는 다른 수치의 총 예정 원가 내역이 담긴 엑셀 파일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진의 대우조선 감사팀은 2014년 말 대우조선 분식회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내부적으로 해결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포착됐다.

아울러 검찰은 작년 정성립 사장이 취임하면서 전 경영진부터 이뤄진 분식회계를 바로잡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했으나 오히려 안진 감사팀은 당시 이를 말리고 이전 방식의 회계 처리를 권고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배 전 이사의 구속기소 이후 감시팀 차원이 아니라 안진 회사 차원에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묵인하거나 방조했는지에 관한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