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익 전년 대비 72% 증가…자본건전성 향상 추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저축은행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72%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중은행 대출문턱이 높아지면서 생긴 나비효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들의 대출 리스크 관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는 아직 큰 문제없이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9월 국내 저축은행의 영업실적(잠정치)에 따르면 국내 79개사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764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3분기 4449억원보다 무려 71.83%(3196억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자이익이 4838억원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 저축은행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9월 국내 저축은행의 영업실적(잠정치)에 따르면 국내 79개사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764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3분기 4449억원보다 무려 71.83%(3196억원) 증가한 수치다. /연합뉴스


이자이익의 증가는 저축은행 대출규모의 확대를 의미한다. 자산규모 지표를 보면 이와 같은 상황이 반영돼 있다. 지난 9월 기준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49조 9000억원을 기록해 작년 말(43조9000억원) 대비 13.7%(6조원) 증가했다. 세부내용을 보면 대출금과 현금‧예치금이 각각 5조6000억원, 9000억원 늘었고 보유 유가증권은 4000억원 감소했다.

자산건전성 또한 향상됐다. 올 9월 말 현재 총여신에 대한 저축은행권의 연체율은 작년 말(9.2%) 대비 2.3%p 좋아진 6.9%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7.7%,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6.0%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 또한 7.8%로 작년 말(10.2%) 대비 2.4%p 향상됐다. 대손충당금의 적립률은 105.7%를 기록해 작년 말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79개사 모든 저축은행이 최저 적립액 100% 이상을 충족해 건전성 기준을 충족했다. 

자본적정성도 개선돼 올 9월 말 기준 BIS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14.70%를 기록했다. 역시 작년 말(14.14%) 대비 0.56%p 향상된 결과다.

올해 들어 모든 지표가 좋아졌지만 저축은행의 가파른 성장세에 대해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진 나비효과로 저축은행을 찾는 대출수요자가 많다는 분석 때문이다. 은행대출의 기준을 넘지 못한 수요자들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부실률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예금보험공사 주최로 열린 '2016 저축은행 경영진 초청 워크숍'은 저축은행권의 성장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우려를 잘 보여줬다. 

발표자로 나선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권 대출의 최근 경향에 대해 "개인 신용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면서 "(금리가 상승할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 경기 위축 등의 효과가 가계와 기업의 부실로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의 모니터링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지속적인 스트레스 테스트 점검 체계를 마련하고, 중장기적인 경기와 금리 불확실성을 고려해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 등과 관련된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감독 당국도 선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일관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또한 비슷한 시선으로 저축은행권을 바라보고 있다. 윤창의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저축은행업계 경영상황이 점진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한 저축은행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권은 최근의 호실적에 만족하는 한편 주변의 우려에 대해서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이 좋은 실적을 냈을 경우 항상 '우려'가 뒤를 따른다"면서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과 가계신용대출의 연체율이 각각 3.5%, 0.5% 하락하는 등 올해의 경우 양적인 실적만 좋아진 게 아니다"라고 짚으면서 "79개사 저축은행들이 아직까지는 각자 형편에 맞게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어 당장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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