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기업정책 오락가락, 경제민주화 광풍에 총수들 기업가 정신 위축돼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재계총수들이 잇따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있다.
요인은 두가지다. 첫째는 대주주의 연봉공개가 이달말로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지난해 경제민주화광풍속에서 기업인에 대한 증오와 질투를 부채질하는 연봉 5억원이상 등기이사에 대해 연봉 공개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인해 일부 총수들이 연봉공개에 따른 ‘인민재판’소나기를 피하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있다.

둘째는 사법처리된 총수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변수다. 형이 확정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총수들이 이에 해당된다. 현행법상 실형이 확정되더라도 금융 등을 제외한 일부 업종에서는 등기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재계총수들 대부분이 도의적 책임 등을 지고 자진 사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총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최회장은 대법원에서 4년형의 구속수감이 확정된 후 SK㈜와 SK이노베이션의 등기이사직을 내놓았다. 최회장은 내년과 2016년 임기가 종료되는 SK하이닉스와 SK C&C에서도 물러난다.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SK E&S 대표이사와 SK네트웍스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했다. 형과 동생이 모두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되는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지면서 빚어진 것이다.

SK그룹은 매출이 200조원가량되고, 자산도 150조원이나 되는 거대그룹이다. 최회장을 옭아맨펀드자금 450억원 횡령혐의에 대해서 그는 용처등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고 부인했다. 그런데도 2심과 대법원에서 중형을 선고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수백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그룹총수들은 계열사들의 자금조성과 집행등을 일일이 보고받지도 않고, 이를 지시하기도 힘들다. 펀드같은 첨단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이해하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자율경영에 맡기는 경향이 강하다. 사법부가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국내 대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재계3위 그룹의 오너형제를 동시에 구속한 것도 유감이다. 형제 중 한명이라도 운신의 폭을 넓혀줘서 조단위 투자와 경영전략을 진두지휘하도록 했어야 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승연 한화그룹도 (주)한화, 한화케미칼 외에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퇴진했다. 김회장의 경우 건강이 워낙 악화한 것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한화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중인 태양광사업의 글로벌 인수합병과 투자를 위해선 김회장의 경영판단과 과감한 기업가정신이 절대필요한 실정이다. 이라크 비스미야에서 건설중인 100억달러규모의 신도시개발 프로젝트와 추가적인 수주를 위해서도 김회장의 경영복귀는 절대적이라는 게 그룹측의 판단이다.

   
▲ 재계총수들이 책임경영차원에서 도입한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잇따라 물러나고 있다. 오너경영이 지배적인 한국기업 특성상, 총수들의 이사직 사퇴는 기업가정신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경제민주화광풍과 과도한 총수사법처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총수들의 어깨를 축 쳐지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지난해말 전경련 신축회관 준공식에 참석해 재계총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배임 및 횡령, 탈세혐의으로 재판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일부 계열사의 이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이밖에 재판중인 동양 현재현회장, 집행유예로 풀려난 LIG그룹 구자원회장, 재판중 건강악화로 구속이 정지상태인 태광산업 이호진회장등의 거취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봉공개라는 경제민주화 태풍을 만나 등기이사직을 내던지는 총수들도 증가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회장은 경영 복귀 후 무보수로 그룹경영을 이끌고 있어 정치권과 좌파시민단체들의 연봉공개 공세의 화살에서 벗어났다. 정몽구 현대차회장도 그룹 핵심계열사로 육성해온 현대제철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신세계 이마트 정용진부회장도 지난해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주총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상당수 그룹의 총수와 2세들도 등기이사직에서 퇴진여부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총수들이 잇따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오락가락 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김대중정부는 외환위기이후 대주주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총수들이 핵심 계열사의 이사로 등재할 것을 요구했다. 재계총수들은 이에 화답해 계열사 이사로 선임돼 경영을 진두지휘해서 많은 성과를 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한데는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회장, 최태원 SK회장등 재계총수들의 공격경영과 책임경영이 큰 밑받침이 됐다. 총수들이 그룹수출을 늘리는 데 전력투구하면서 재계가 해외에서 달러를 엄청나게 벌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반기업적 경제민주화가 광풍으로 변질되면서 모든 사안에 대해 총수에게 책임을 묻는 사례가 빈발했다. 골목상권 침해와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일감몰아주기 등의 험악한 프레임으로 재계총수를 욕보이고, 처벌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증오와 질투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등기이사 연봉공개 의무화 등도 마찬가지였다.

총수들의 의욕이 떨어질 것은 당연지사. 총수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오너경영체제인데, 이를 주도할 총수들의 의욕을 상실케 만드는 경제민주화 광풍은 너무나 거셌다.

한국기업을 이끌어가는 주도자는 재계총수들이다. 총수들은 이미 글로벌 리더들이다. 세계 초경쟁기업들과 매일매일 피나는 승부를 벌이고 있다. 총수의 기업가정신이 왕성해야 투자와 일자리창출이 활발해진다. 대기업들이 글로벌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무역흑자 증가로 외환보유액이 늘어난다. 외환이 증가해야 한국의 대외신용도도 올라간다.
대기업들이 흔들리는 순간, 한국의 대외신용도는 요동친다.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진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들이 한순간도 페달을 밟지 않아서는 멈춰버리는 외발자전거 경제이다. 그만큼 취약하다.

정부나 정치권, 국민들은 재계리더들이 더욱 신나게 경영하고, 투자하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치어리더가 돼야 한다. 응원자가 돼야 한다. 박수를 쳐줘야 한다.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뒷다리를 잡아채서는 한국경제는 쇠락한다.

박근혜대통령은 이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승부를 걸고 있다. 규제개혁을 위해선 진돗개정신을 가질 것을 관료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한번 물면 절대 놓치 않는 진돗개처럼 관료들이 사명감을 갖고 규제를 물어뜯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꽃피고, 잠재성장률 4%대 달성, 고용률 70% 달성, 국민소득 4만불 달성 등 ‘474’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은 기업에 달려있다. 대기업이 키를 쥐고 있다. 잘하는 대기업들을 격려하고, 이들의 발을 가볍게 해줘야 한다. 박대통령이 올해는 경제민주화를 언급하지 않고, 경제활력, 경제회복, 경제활성화, 규제혁파에 주력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여전히 기업죽이는 경제민주화타령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국가경제에 대한 책임감이 희박하다. 민주당은 만년 야당을 작정한 것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야당이 뭐라 뒷다리를 잡든 상관말고 박근혜정부와 재계가 이인삼각으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규제혁파, 경제민주화 혁파에 주력했으면 한다. [미디어펜=이의춘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