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청와대가 제약업체 녹십자에서 최근 2년간 태반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 등을 2000만원 어치나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년 3월부터 올 8월까지 녹십자와 녹십자웰빙이 제조하거나 수입한 의약품 10종을 31차례에 걸쳐 구매했다. 

구입 당사자는 '대통령실' 또는 '대통령경호실'이었고 가격은 총 2026만9000원이었다. 청와대가 구입한 약품 중에는 일명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주,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주,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타민주 등이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는 잔주름 개선·피로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라이넥주를 2015년 4월, 11월, 12월 등 3차례에 걸쳐 50개씩(개당 2㎖) 모두 150개(74만2500원) 사들였다.

만성 간질환이나 만성피로 환자 해독제 등으로 쓰는 히시파겐씨주는 2015년 4월과 2016년 6월 각 50개씩(개당 20㎖) 도합 100개(35만6400원)를 구매했다. 

노화방지와 만성피로 해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푸르설타민주는 2014년 11월에 27만5000원을 주고 총 50개(개당 10㎖)를 샀다.

이들 주사제를 사들인 기간은 2014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다. 청와대는 중증감염증이나 혈액질환에 쓰이는 면역제 일종인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도 샀다. 2015년 11월과 2016년 3월, 6월, 8월 4차례에 걸쳐 총 11개를 구매하고 50만3030원을 지불했다.

청와대가 녹십자 약품을 구매한 시기는 차움의원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를 최순실씨 자매에게 대리 처방해준 김상만씨가 녹십자아이메드 병원장으로 재직한 시기와 겹친다. 

김 원장은 2014년 2월 차움의원을 떠났고, 그 다음달부터 녹십자 아이메드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병원을 그만둔 상태다. 청와대에 들어간 이런 주사제가 누구에게, 어느 정도 양이 처방됐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과도한 양'이라는 비판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태반주사의 경우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0년 태반주사 관련 문헌 1만7195편을 분석한 결과, '피로해소·간 기능 회복·면역기능 개선' 등 국민에게 알려진 효과와 달리 학술적 근거는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가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의료쇼핑'을 하지 않는 이상 한꺼번에 많은 양을 처방받을 수는 없다"며 "가려움증과 같은 일반적인 부작용도 문제지만 객관적인 효능·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주사제를 환자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놓은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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