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일종의 주식 매수행위입니다. 펀드매니저가 매일 하는 게 주식사고 파는 것인데 손실이 났다고 색안경을 끼고 검찰이 수사까지 나와 관련 부서실장과 팀장의 PC와 핸드폰을 압수해 가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자금 운용에 차질이 우려됩니다.”

   

검찰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23일 전격 압수수색한 가운데,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강 본부장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홍완선 전 본부장에 이어 올해 2월 취임했기 때문에 이번 검찰 수사와는 관련이 없지만 당시 의사결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강 본부장은 국내외 자문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내부 투자위원회만 개최해 찬성을 한 것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사항이 아니고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을 못할 경우에만 안건을 올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같은 자문사는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반대 제일모직 쪽에서는 찬성했다”며 “자문사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인데다 두 종목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에서는 양쪽에서 합병의 득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 전 본부장이 합병 전 만난 것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당연히 해당 기업의 향후 구상을 들어보기 위해 이뤄진 기업현장 조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강 본부장은 합병비율이 잘 못돼 국민연금이 손실을 입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제와서 주가가 떨어져서 손실을 입었다고 무조건 잘못한 것으로 모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럼 지금 삼성물산 주가가 엄청 올랐으면 결과적으로 옳은 의사결정이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삼성그룹과 엘리엇이 합병안 표결을 앞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캐스팅 보드’ 역할을 했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위원 12명 중 8명의 찬성으로 합병 찬성 입장을 정했다. 이에 삼성 측이 정부로부터 사전에 국민연금의 합병지지를 약속받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자금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과 배경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한편,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을 국내 증시에 투입하려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금 집행이 온전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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