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당내 탄핵추진기구를 가동하면서 실무 준비에 돌입했고, 23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대선 불출마 및 탄핵추진을 선언했다.

그동안 야당은 탄핵안 가결을 위해 새누리당 내 비주류와 접촉을 강화하는 등 총력전을 펴왔다. 탄핵 의결 정족수인 200명 이상 확보가 관건으로 현재 야 3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이 171석에 22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무소속 의원까지 합하면 172석이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선 28석 이상의 새누리당 표가 필요한 상황으로 여당을 향한 야권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탄핵 결행을 추진하면서도 야당은 기존의 졸렬한 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회의원 특권지키기에 양보가 없던 그들이 대통령 탄핵은 법을 바꿔서라도 기명투표를 하겠다고 나섰다. 또 특검수사 결과도 나오기 전인데도 탄핵소추안에 공소장에도 없던 뇌물죄를 적시하겠다고 한다.

이번 사태 이후 막말로 ‘최순실 괴물’을 만들어 국민들의 이성을 마비시킨 야당은 탄핵 추진 과정에서도 비상식인 주장부터 내놓은 셈이어서 여전히 국정 정상화의 해법을 못 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이번 탄핵 투표를 기명으로 하겠다며 국회법 개정작업을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야당 내부에서도 명분이 없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탄핵소추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하도록 돼있지만,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 중대 사안인 탄핵소추 표결이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탄핵소추표결 시 재적의원 과반(150명)의 요구가 있을 경우 기명투표를 하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 최순실 사태 2개월여만에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웠지만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등 해임 표결은 무기명으로 투표해온 그들이다. 바로 국회의 특권 지키기에 급급해 의원 체포 반대에는 똘똘 뭉쳤던 그들이 특검수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대통령 탄핵에 ‘올인’하기 위해 법 개정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과거 비리 혐의에 연루됐던 송광호·정두언 전 의원 등의 체포동의안 표결 때 부결에 앞장섰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금 김한동 의원의 무기명 투표 개정 추진에 꿀 먹은 벙어리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에서 법률안 처리 때에는 기명으로 투표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비롯한 해임 표결은 무기명을 원칙으로 해왔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국회의원들도 당시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았고 국회의 부결 처리 이후 후폭풍이 대단했다. 

지금 사회적 분위기가 박 대통령 하야 쪽으로 기울었다고 해서 국회가 국회법까지 개정해 새로운 원칙을 적용한다면 이는 분명 정치적인 행위에 해당한다. 국회가 먼저 이렇게 원칙없는 행태를 보이고도 추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처리가 지연되거나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올 경우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그동안 야당은 여권의 탄핵 추진 주장에도 불구하고 장외투쟁으로 일관하며 무조건 하야 주장만 하다가 뒤늦게 탄핵추진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법 개정이라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탄핵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국회 특권을 방어하기 위해 고수해온 무기명 투표를 대통령 탄핵을 위해 바꾸려는 것은 탄핵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낙인찍기가 목적이다.

‘최순실 괴물’을 만들어 온 사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데 성공한 야당은 이제 탄핵소추안에 최순실의 공소장에도 없던 ‘3자 뇌물죄’ 적시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뇌물죄야말로 박 대통령의 변호인이 강력 반발하는 만큼 특검에서 규명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을 만들고 기업들에게 강제모금을 했다지만 역대 정권마다 유사한 공익사업을 벌여 기업을 상대로 모금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억대에 달하는 기금을 내야하는 기업들이 과거에는 자발적이었다가 이번에는 강제적으로 냈다고 볼 수 있을까.

역대 정권마다 있어온 공익사업의 불법 여부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에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려는 시도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이미 나와 있다. 게다가 특히 미르·K스포츠 재단의 기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죄가 성립된다고 말하기는 시기상조이다. 

여권에서는 일반인에게 적용되던 법원칙이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게다가 광장의 촛불로 민심이 확인됐다고 하지만 그 촛불이 모든 민심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번 국회에서 추진되는 대통령 탄핵 과정이 국회의원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면 분명 후폭풍을 염려해야 할 것이다.

한편, 당초 박 대통령의 탄핵안 의결 시점은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12월 2일과 9일 중 하루가 될 것으로 관측돼 왔다. 하지만 전날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의 탈당에 이어 23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탄핵주도 선언이 나오면서 2일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이다. 2일 본회의 의결을 전제로 한다면 탄핵안은 이달 30일에 발의되고, 1일 본회의에 보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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