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이 24일 금융투자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6회 사랑의 김장페어’에서 함께 김치를 담그던 같은 회사 한 임원에 ‘버럭’ 역정을 냈다.  

이 행사는 김장철을 맞아 소외된 이웃에게 금융투자업계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마련된 것이다. 여기서 51개사 최고경영자(CEO) 30명과 직원 680여명이 현장에서 직접 만든 김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회원사 후원 복지시설 등으로 전달된다. 김치분량은 매년 1만㎏이 넘는다.

이날 김 사장은 고춧가루를 묻혀가면서 끝까지 김치속을 절임배추에 열심히 넣었다. 그런데 한 임원이 김치속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절임배추를 복지시설 등에 전달하기 위해 상자에 담자 김 사장이 한 마디를 한 것.

   
▲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왼쪽)이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김치명인)와 김치를 만들고 있는 모습/사진=금융투자협회

김 사장은 해당 임원에게 “소외된 이웃이 먹는 건데 대충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김치속을 충실히 다시 넣을 것을 주문했다. 그 임원은 순간 당황하면서도 평소 소탈하고 배려심이 깊은 김 사장의 마음을 다시 느꼈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평소에도 권위의식 없는 소탈한 자세로 임직원의 깊은 신망을 얻고 있다. 오랜 영업생활로 인해 ‘을의 자세’가 몸에 고스란히 베어 있다는 것이다. 임직원들이 ‘사장’이라기보다는 ‘큰 형님’으로 느낄 정도로 직원들과의 소통과 스킨십에 능하다. 임원들과의 식사 약속이 있을 때는 늘 먼저 약속자리에 가 있는다.

김 사장은 이런 장점에 NH투자증권이 LG투자증권부터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주인이 수차례 바뀌었지만 30년 이상을 한 증권사에 다니면서 공채 출신으로는 첫 CEO 자리에 올랐다. 물론, 최연소 지점장 기록을 세우는 등 실력도 뒷받침됐다.

이날도 김 사장은 김치를 만들면서도 기자나 임직원의 질문에 하나하나 성실히 답변했다.

한편, 이 자리에 참석한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추운 날씨에도 위생복과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열심히 김치속을 넣던 다른 증권사, 유관기관 등 수장과는 달리 평상복 차림으로 멀리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만 했다.

성과연봉제와 총인건비 인상률 등 임금단체협상을 놓고 거래소 노사가 대치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는 대답도 없이 손을 내저으면서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가 빈축을 샀다. 이에 비해 김 사장은 성실히 김치를 만들고 업계 수장 중 가장 나중에 점심 식사 자리로 이동했다.

정 이사장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고압적 태도를 보이자 기자들과 업계에서는 “원래 성격이 그렇다”, “자신이 아직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인 줄 안다”, “금융계 황태자가 맞는가보다” 등 다양한 불평이 나오고 있다.

‘공채 출신 수장’인 김 사장과 ‘낙하산 수장’인 정 이사장의 태도는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행사에서도 극명하게 대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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