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대선 불출마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도와 개헌을 선언했다. 최순실 사태 이후 당 지도부 사퇴 요구로 당내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권력투쟁을 넘어서 ‘킹 메이커’로 선회, 제4지대 대체세력 추진을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새누리당을 선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주는 충격파보다 센 이유는 그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전 대표의 말처럼 비박계가 꿈꾸는 제4지대 형성이 힘을 받으려면 그동안 ‘자칭 제3지대’로 자처해온 국민의당의 대선주자인 안 전 대표는 물론 ‘친박 후보’로 각인되어온 반 총장의 선택이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 새누리당에서 대표 주자로 부상하는 유승민 의원까지 포함한다면 대선후보 경선부터 흥행 요소가 가득한 ‘빅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남경필 지사, 원희룡 제주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전·현직 광역단체장 잠룡군도 탈당해 합류한다면 곧바로 현재 새누리당을 대신할 대체세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정현 대표의 버티기가 장기화되면서 오랜 숙고 끝에 나온 김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야당에 대응해 대통령 탄핵 주도를 선점하고 동시에 개헌 추진 의지를 밝힘으로써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을 아우를 수 있는 포석도 깔았다. 개헌이 이뤄질 경우 ‘내각제 수상’이라는 새로운 진로까지 개척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런 점에서 최순실 사태 이후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이재명 등 야당의 대선주자들이 차기 대선을 노린 선거운동에만 몰입해왔다면 김 전 대표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펼쳐든 모습이다. 어차피 이 대표가 시한부 임기를 남겨놓고 있다고 판단한 만큼 김 전 대표는 일단 탈당 대신 당에 남아 여러 목표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복안을 터트린 셈이다. 
 
다만 당연히 최순실 사태에 따른 정국의 향방은 아직까지 여러 변수를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당장 그 첫 번째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 박 대통령의 새로운 선택과 발표가 있을지 여부이다. 촛불 민심을 받아들여 진퇴나 하야를 선언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럴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두 번째는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어떻게 진행될지 여부이다. 만약 내달 초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하더라도 이후 야당이 황교안 총리 대행체제를 거부해 무리하게 새로운 총리 추천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민심의 향방에 새로운 변수를 만들 수 있다. 

세 번째, 국회가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되면 최장 180일간 탄핵심판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180일은 구속력이 없는 훈시 규정에 불과해 헌재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탄핵심판 절차가 향후 6~12개월까지도 중지될 수 있다. 헌법재판실무제요에서는 헌재법 제51조에 대해 심판절차의 정지기간 및 재개시기 등에 관한 규정이 없으나 이것은 재판부의 재량으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황 총리 권한대행 체제에서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다 채우게 된다. 
 
이 때문에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선 총리 추천 후 탄핵 표결’을 주장했지만 문재인 전 민주당 전 대표나 추미애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까지 오로지 대통령 퇴진에 집중해 박 원내대표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도 ‘선 총리 추천’ 카드를 접고 야당에 발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헌재의 탄핵심판 중지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이미 기소된 최순실·안종범·정호성에 대한 형사소송 결과를 보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경우 그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에 별다른 다툼없이 두달만에 탄핵 사유를 확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박 대통령은 모든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탄핵 사유를 확정하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정국의 향방에 대한 전망과 상관없이 김무성 전 대표의 제4지대 추진도 성공하기까지 여러 변수가 있다. 벌써부터 차기 대선은 일대일 구도로 갈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자칭 3지대가 우후죽순 생길 경우이다. 특히 이정현 대표가 돌연 대표직을 내려놓고 당이 환골탈태할 새로운 카드를 제시할 경우 새누리당에서 추가 탈당은 중단되고 당이 쪼개지는 위기는 넘길 수 있다. 

여기에 김무성 전 대표가 탄핵 주도 선언 이후 일일이 전화로 의사 확인한 결과 등에 따르면 벌써부터 여당 안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의석이 40명에 달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표결에서 비박계가 찬성표를 던질 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많아 탄핵 표결 결과는 분명 새누리당 운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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