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영화 '7번방의 선물'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정원섭(82) 목사가 허위 자백을 강요한 경찰관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가해자에게 총 23억원 상당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임태혁 부장판사)는 정원섭 목사와 가족들이 자신을 수사한 경찰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경찰관 3명 또는 유족이 정씨와 가족들에게 총 23억 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정 목사는 국가와 사건을 맡았던 검사, 재판장에게도 손해배상금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를 수사한 경찰관들은 강압수사, 고문, 회유와 협박 등의 가혹 행위를 해서 정씨로부터 허위의 자백을 받아냈고 범행 현장에서 정씨 물건이 발견된 것처럼 증거를 조작했다"고 판시했다.

덧붙여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경찰관들의 행위는 위법적인 고의 또는 중과실의 불법행위"라며 "정씨와 가족들이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부연했다.

사건을 심리했던 재판장에 관해서는 "경찰관들의 위법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어 법관으로서 가진 권한을 취지에 어긋나게 행사했다는 사정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배상 책임을 불인정했다.

국가와 검사에 관한 청구는 소멸시효 기간인 10년이 지나 소송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

1972년 9월 경찰 간부의 딸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혐의(강간치사)로 기소된 정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하다가 1987년 12월 가석방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12월 이 사건이 고문과 가혹 행위를 통해 받아낸 허위 자백으로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고 재심을 권고했다. 결국 정씨는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정씨는 무죄 판결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지만, 대법원은 형사보상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정씨가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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