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방위 압수수색…본질 벗어나 '기업 사정' 방불 외과적 수술 필요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뭇매에 장사 없다. 최순실 유탄으로 대기업들이 무차별 뭇매를 맞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가 기업 사정을 방불케 하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기업 총수들의 목줄을 겨누고 있다. 본질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주 24일 검찰은 SK그룹과 롯데그룹을 압수수색했다. 전날 삼성그룹까지 포함하면 이틀 새 5대 그룹 세 곳이 털렸다. 롯데는 올 들어서만 12번째, 삼성은 보름 새 세 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의 전방위적인 기업 목조르기에 재계가 패닉 상태다. 외신들도 속속 한국 대기업의 압수수색 상황을 퍼날랐다.

정글의 법칙이 작동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다. 철저한 경쟁과 감각적인 동물들이 먹잇감을 놓고 사냥을 벌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한국의 디스카운트가 우려된다.  

중요 인사와 새해 계획을 세워야 하는 기업들이 검찰 수사로 정상 경영이 올스톱된 채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대외 신인도를 생명처럼 여기는 기업에게 뇌물 스캔들은 치명적이다. 수사를 받는다는 자체만으로도 해외에서 받는 이미지의 타격은 엄청나다. 일각에서는 환부만 도려내는 신속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최순실 유탄으로 대기업들이 무차별 뭇매를 맞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가 기업 사정을 방불케 하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기업 총수들의 목줄을 겨누고 있다. 본질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만 12차례 압수수색을 당한 롯데는 패닉상태다. 롯데는 지난 6월 '비자금 수사' 이후 400여명의 임직원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50여 명은 출국 금지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24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30여 명이 신동빈 회장 집무실과 정책본부,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서울 서린동 SK 본사와 SK네트웍스, 소공동 롯데 정책본부,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최상목 제1차관실 및 정책조정국, 관세국제조세정책관실, 대전 관세청 등을 압수수색해 면세점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집무실도 압수수색했다. 

SK와 롯데는 작년 7월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때 탈락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 3월 ‘면세점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해 추가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최 회장과 신 회장이 각각 올 2월과 3월 박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면세점사업자로 선정되게 해달라고 요청했는지를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대가로 두 그룹이 최순실 씨가 주도해 설립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연결점을 찾으면 검찰은 박 대통령과 이들 기업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면세점 사업에서 떨어진 SK와 롯데그룹을 왜 압수수색하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더욱이 검찰이 공소장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을 '강요에 의한 잠정적 피해자'라고 한 점을 거론하며 이제 와서 대가성을 노린 뇌물죄로 몰아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SK·롯데의 미르 재단에 출연금을 약정 시점은 지난해 10월인데 대가성이 있었다면 그다음 달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23일 삼성 및 국민연금공단을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삼성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기 전에 이미 성사된 것이다.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검찰은 전방위로 칼을 들이대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박 대통령과 손경식 CJ 회장의 독대와 이재현 회장의 8·15 특별사면과의 '상관관계'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검찰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중간수사 발표 때 작년 7월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면담 뒤 주요 그룹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에 대해 검찰이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검찰은 "기업들이 불응할 경우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해 출연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2~3일만에 검찰의 입장이 바뀌면서 잇단 압수수색에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검찰의 칼날에 재계는 공포 그 자체다. 최순실 의혹에 연루된 대기업 총수 9명은 다음달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기업인들이 이번처럼 한꺼번에 국회에 불려나가는 건 사상초유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엮기 위해 무리하게 기업들을 털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까지 기업들을 옥죄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고도 한다. 해외에서 대한민국 간판기업의  총수들이 범죄자로 비춰지면 글로벌 비즈니스에 치명타다. 검찰의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적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최순실 게이트보다 '대기업 게이트'가 부각되는 본말전도의 상황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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