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이시경 기자] "날씨가 추워진 탓도 있으나 11·3 부동산대책 발표 이전의 청약열기는 당분간 보기 힘들 것이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얘기다. 아파트 청약과 주택담보대출 등의 규제 강화, 그리고 최순실사태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증대 등이 악재로 작용, 수도권 청약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 주말 강남과 강북 등 서울과 동탄, 의왕 등 수도권 주요 현장에서 유망 알짜단지가 쏟아졌으나 견본주택의 방문객은 11·3 부동산대책 발표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전매제한기간 연장과 1순위 자격 제한, 재당첨 제한 등 규제가 본격 적용된 데다 집단대출의 문턱도 강화된 데 따른다.  

서울에서만 ▲신촌 그랑자이 ▲경희궁 롯데캐슬 ▲목동 파크자이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연희 푸르지오 ▲래미안 아트리치 등 7곳의 견본주택이 개관했다. 경기도에서는 동탄과 의왕, 용인 등에서 청약에 착수했다.

상당수 현장에는 장사진을 이룬 11·3대책 전의 뚜거운 열기를 보기 어려운 반면 신규공급이 적었던 서울 관악과 의왕 등  '비강남권' 지역의 현장들은 투자세력의 가세로 문전 성시를 이뤘다. 

   
▲ 지난 25일 서울에서만 7곳에서 견본주택이 문을 연 가운데 11.3 부동산대책 여파로 사업장마다 온도차가 극명했다. 사진은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왼쪽)와 '신촌그랑자이' 견본주택 현장./사진=미디어펜 이시경 기자.

서울 재개발현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일부 현장의 견본주택이 방문객으로 붐볐다.

서울의 '비강남권' 지역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는 수많은 인파가 몰린 반면 강남4구의 한 곳인 잠실에서 분양한 '올림픽 아이파크'는 차분, 온도차가 극명했다.

봉천동의 한 부동산 중개사는 "부동산대책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기대 이상으로 견본주택이 붐볐다"며 "인근 노후 단지가 많은 데다 유명 브랜드 대단지라는 점이 어필된 것 같다"고 밝혔다.

대림산업에 따르면 지난 3일간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의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은 4만1000여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산업개발은 '올림픽 아이파크'의 집객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서울의 '비강남권'이라고 해서 모두 뜨거운 열기를 과시한 것은 아니다. '신촌 그랑자이'와 '래미안 아트리치' 등 견본주택은 직전 인근 분양현장의 청약열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앞서 분양한 '신촌숲 아이파크', '래미안 장위' 등에 비교, 입지와 분양가에서 경쟁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 견본주택 방문객 수가 줄었다. 그랑자이와 아트리치가 1순위 청약경쟁률은 이들 단지에 비해 2분의 1 이상 낮아질 것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전망이다. 

올해 수도권 최고청약률 등 뜨거운 열기를 과시했던 동탄2신도시도 대책 발표 이후 다소 잠잠해진 분위기다. 

같은 날 견본주택을 개관한 중흥건설의 '중흥S클래스 에코밸리'는 주말 3일간 약 2만여명의 인파가 발걸음했다. 앞서 동탄2 인근에 분양한 단지들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된 점을 감안하면 대책 발표 이후 다소 관심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동탄2 반석동 인근 K부동산 관계자는 "견본주택 방문객 수로만 보면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대책이 적용되면서 재당첨 등 제한이 적용되는 동탄2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대책을 적용받지 않은 '비수도권'에서는 그동안 신규공급이 적었던 곳을 중심으로 대책을 무색케 할만큼 인파가 몰렸다.

   
▲ 수도권에서도 11.3 부동산대책 적용지역과 미적용 지역의 분위기가 달랐다. (왼쪽부터) '포일 센트럴 푸르지오'와 '동탄2 중흥S클래스 에코밸리' 견본주택 현장./사진=미디어펜 조항일 기자.

경기 의왕시에 분양중인 '포일 센트럴 푸르지오'는 지난 25일 견본주택 일대에 방문객들이 수백m의 장사진을 펼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의왕시는 그동안 분양시장이 전국적으로 뜨거워지던 시기에도 별다른 신규공급이 없는 만큼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다. 올해 분양한 '장안 파크 푸르지오'와 '의왕백운밸리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등은 모두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되면서 이러한 갈증을 반증했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이날 견본주택 개관 이후 주말에만 약 5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앞서 분양한 단지들과 비교해 입지적으로 가장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반면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는 단지다. 그러나 향후 일대 분양 예정인 지역이 없는 만큼 양호한 성적이 기대되고 있다. 

내손동 인근 B부동산 관계자는 "예정된 공급물량이 없어 인근지역 1순위 청약통장 소지자들이 쇄도할 것"이라며 "11.3 부동산대책 발표 미적용 지역에서는 입지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시장의 중심에 있는 서울이 규제 적용으로 인해 부진한 반면 '비강남권' 수도권이 강세를 보이면서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입지에 따라 청약률이 양극화 현상을 보일것"이라면서도 "이들 단지는 입지에 강점이 있어 장기 미분양 사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문도 한국부동산박사회 회장은 "공급과잉의 우려에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향후 수도권에 미분양이 속출될 소지가 크다"며"저성장기에 뭉치돈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서 서울 유망 현장의 분양성적은 지금처럼 좋아질 것으로 보이나 과잉공급 지역은 미분양이 늘어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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