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전자가 29일 지주사 전환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 증권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간 ‘최순실 사태’로 곤욕을 치르던 삼성전자는 이번 지주사 전환 선언으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 주주가치 최적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함께 협업하고 있으며, 검토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조만간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의 지분율 끌어올리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65%에 불과한 만큼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전격 등기이사로 선임된 것도 이 같은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었다.

인적분할은 신설된 법인이 기존 회사의 100% 자회사가 되는 물적분할과는 달리, 인적분할은 신설 법인 주식을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나눠 갖게 된다.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내주고 이후 지주회사 신주를 받아오는 현물출자를 통해 지주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12.78%에 달하는 자사주를 활용하면 이 부회장은 자신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현행 상법상 회사가 두 개로 분할할 때는 의결권이 부활하게 된다. 인적분할 때 지주 부문에 자사주를 할당하면 지주도 사업회사 지분을 갖게 되면서 의결권이 생기는 것이다.

야당이 인적분할을 통해 확보한 자사주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는 인적분할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은 궁극적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지만 기업과 주주들에도 득이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은 사업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지면서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날은 부인했지만 결국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과의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주들에 손해될 게 없다”며 “다만,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4~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6개월의 검토 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지주사 전환 속도는 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언제 처리될지 모르는 상태여서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은 장기간 지연되기 어렵다”며 “삼성전자 주가는 향후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막대한 비영업자산 가치 발견을 경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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