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공격력이 빛을 발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박주영(29·왓포드)이 대표팀 복귀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그리스 격파에 앞장섰다. 손흥민(22·레버쿠젠)도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 사진출처=MBC 방송 캡처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 2시(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12분 터진 박주영의 선제골과 후반 10분 손흥민의 추가골을 앞세워 2-0으로 이겼다.

지난 미국 전지훈련 기간 중에 벌인 멕시코,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모두 진 홍명보호는 2개월 만에 승리를 맛봤다. 지난 7월 출범한 홍명보호는 이로써 14전 5승3무6패를 기록했다.

그리스와의 역대 전적도 3승1무로 우위를 이어갔다. 2010남아공월드컵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B조 1차전(2-0 승리) 이후 2경기 연속 2-0 승리다.

반면 이전 경기까지 A매치 4연승을 달리던 그리스의 상승세는 한풀 꺾이게 됐다.

홍명보 감독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박주영은 지난해 2월6일 크로아티아 평가전에서 후반전에 교체투입된 이후 13개월 만에 A매치를 소화했다. 선발로 나선 것은 2012년 10월17일 이란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이후 16개월 만이다.

박주영은 대표팀 차출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골을 터뜨리며 홍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2011년 11월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4차전(2-0 승) 이후 2년 4개월 만에 국가대표에서 골맛을 봤다.

전반 18분 손흥민(22·레버쿠젠)의 로빙 패스를 받은 박주영은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강하게 흔들었다. 순간적으로 빈 공간을 쇄도해 들어가는 박주영의 킬러 본능이 빛을 발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왓포드로 이적 후에도 좀처럼 벤치를 떠나지 못하던 박주영이 완벽한 모습을 보이자 원톱 공격수 부재에 시달렸던 홍 감독도 한시름을 놓게 됐다.

박주영의 선제골을 도운 손흥민은 후반 10분 자신이 직접 골을 넣으며 1골1도움의 만점 활약을 했다. 지난해 10월 말리와의 친선경기 이후 5개월 여만에 대표팀에서 골맛을 봤다.

그렇다고 무결점의 경기는 아니었다. 수비는 여전히 느슨했고 불안했다. 상대 슈팅을 자유롭게 놔둔 탓에 두 차례 결정적으로 실점할 뻔 했다. 골대를 맞힌 장면이 두 차례나 나왔다. 한국으로서는 행운이었다.

홍 감독은 지난 전지훈련 기간 부분적으로 시험한 4-4-2를 버리고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박주영을 최전방 공격수로 세우고, 구자철(25·마인츠)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좌우 측면 미드필더는 각각 손흥민(22·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이 맡았고, 기성용(25·선더랜드)과 한국영(24·쇼난 벨마레)은 중원을 지켰다.

포백(4-back)라인은 좌측부터 김진수(21·알비렉스 니가타)-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이용(28·울산현대)이 맡았다. 주전 경쟁이 뜨거운 수문장 자리는 정성룡(29·수원삼성)이 2경기 연속으로 지켰다.

전반 초반은 한국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짧은 패스로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흐름을 유리하게 끌고 갔다. 한국은 전반 6분 이청용의 슈팅으로 예열했다.

오버래핑에 적극 가담한 김진수가 중앙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박주영이 이를 잡아 이청용에게 연결했다. 이청용이 시도한 오른발 슈팅은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만들어 가는 과정이 좋았다.

그리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간간이 역습을 펼쳤다. 중원에서 볼을 차단한 뒤 빠른 역습으로 한국 수비를 위협했다. 수비 진영에서 볼을 끄는 한국 수비의 문제점도 엿보였다.

한두 차례 그리스 공세를 막아낸 한국은 전반 18분 박주영의 선제골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왼쪽 측면에 있던 손흥민이 중앙 수비수 사이 빈 공간으로 로빙 패스를 넣었고 박주영이 순간 침투에 이은 왼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이 1-0으로 리드를 하고 있던 전반 30분께 결정적인 실점 위기 장면도 나왔다.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가 상대의 움직임을 놓쳐 중거리 슈팅을 허용했다. 골대를 맞고 굴절된 공을 그리스 선수가 다시 잡아 때린 것도 다시 골대를 맞았다.

그리스의 공세를 잘 버틴 한국은 전반전을 1-0으로 마쳤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선제골을 넣은 박주영을 불러들이고 김신욱(26·울산현대)을 대신 투입해 공격 패턴에 변화를 줬다.

한국은 만회골을 위해 밀고 올라온 그리스를 오히려 역이용해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10분 역습 상황에서 구자철이 내준 패스를 손흥민이 빨랫줄 같은 강한 왼발 슛으로 골문 안으로 차 넣었다.

그리스는 후반 13분 알렉산드로스 치올리스(29·카이세리스포르)와 코스타스 미트로글루(26·풀럼)를 빼고 각각 소크라티스 파파도풀로스(26·도르트문트)와 기아니스 펫파치디스(24·제오냐)를 넣으며 승부수를 띄웠다.

교체 투입된 파파도풀로스는 후반 17분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홍정호를 제치며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 정성룡이 본능적인 반사신경으로 간신히 막아냈지만 위험한 순간이었다.

홍 감독은 후반 27분과 38분 각각 손흥민과 구자철을 빼고 김보경과 이근호를 차례로 넣었고, 후반 40분 기성용 대신 하대성(29·베이징 궈안)을 투입, 경험을 쌓게 했다.

이후 한두 차례 공방을 주고 받았지만 더이상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편 같은 시간 알제리 빌다의 무스타파 차커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제리와 슬로베니아의 평가전에서는 알제리가 엘 아르비 수다니(26·디나모 자그레브)와 사피르 타이더(22·인터밀란)의 릴레이 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