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포함해 자신의 퇴진 문제를 국회에 넘기겠다는 세 번째 담화 발표 이후 여당 지도부는 ‘4월 퇴진’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30일 국회에서는 야당과 여당 비박계가 추진해온 탄핵소추안 처리 일정에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여당 비박계 지도부인 비상시국위원회 측이 여야의 ‘퇴진 로드맵 협상’부터 채근하면서 퇴진 시점으로 정한 것도 4월 말이었다. 

다만 8일까지 대통령 명예퇴진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여야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겠다고 밝혀 야 3당이 주장하는 2일 표결 처리가 성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친박계 는 이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지도부 사퇴는 없다”고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해 비박계를 압박하고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세 번째 담화 발표 직후부터 “개헌 카드로 탄핵 판을 깨려는 꼼수를 부렸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비박계의 ‘4월 퇴진’ 선 협상을 무조건 무시할 수도 없게 된 상황이다. 만약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 퇴진 시점을 가장 늦게 잡으면 내년 6월이 된다. 4월 퇴진보다 오히려 늦어지는 셈이다.   

‘4월 퇴진’은 최근 전직 국회의장 등 정치계 원로들이 대통령에게 제안한 시점과도 일치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까지 선뜻 ‘4월 퇴진’ 협상에 못 나서는 것은 역시 조기 대선 시기와 맞물린다. 

지금대로라면 조기 대선은 사실상 ‘문재인 대 반문 연합’ 구도로 치러지는 것이 유력하고, 여기에 내년 1월 중순 귀국이 예상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지율에서 볼 때 반문 연합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주자로 밀고 있는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차기 대선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유력한 상대인 반 총장이 선거를 치를 준비가 갖춰지기 전에 대선을 치른다면 승률이 더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세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제시한 자신의 향후 거취는 '질서있는 퇴진'으로 요약된다. 국회가 정권이양의 로드맵을 만들어주면 그에 따른 일정과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국회의 합의 내용에 따라 시기만 달라질 뿐 내년 12월로 예정된 대선이 앞당겨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이 내년 4월에 사임하게 되면 6월을 전후해 대선이 치러진다./청와대


줄곧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주장해온 문 전 대표는 이런 속내를 JTBC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이유가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이 반복됐지만 “헌법 절차에 따르겠다”는 답만 되풀이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표는 29일 대통령의 사임 담화가 있은 뒤 기자회견에서도 "국회 분열 술책"이라고 주장하고, "조건없는 퇴진 선언을 하라"고 반발하며 국회에서 탄핵 추진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60일로 당내 경선과 본선을 치르기는 너무 촉박하다”며 문 전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으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나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어정쩡한 스탠스를 벗어나지 못한 채 ‘탄핵에 올인’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즉각 퇴진과 60일 이내 조기 대선은 후보들 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즉각 퇴진의 경우 60일 이내 대통령선거’ 조항을 한 포인트만 개정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있다.
 
차기 대선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은 새누리당 비박계와 민주당 비문 세력은 물론 제3지대에 있는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유승민 의원, 김부겸 의원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도 조기 대선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손학규 전 대표와 정의화 전 의장 정도만 ‘선 여야 협상’을 주장했고, 나머지는 탄핵을 밀어붙이는 모양새이다.

결국 지지율이 상승세에 있어 이번 대선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판단하는 대권주자들은 대통령의 4월 퇴진을 염두에 두고 여야가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지율이 지지부진해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후보들은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여 이미지 제고에 신경쓰는 모양새이다.

따라서 오는 2일 혹은 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되는 가운데 제3지대에서 개헌을 주도하는 움직임이 나올지 주목된다. 전날 대통령의 사임 담화에 담긴 뜻은 ‘질서있는 퇴진’을 바라고 자신의 임기부터 줄이는 개헌을 제안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비박계들은 대통령의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앞서 김무성 전 대표가 이미 대선 불출마와 함께 개헌을 기치로 내건 만큼 앞으로 비박계를 설득하는 과정을 밟을지 주목된다. 

특히 손학규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대표 등이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주장하면서 탄핵 정국에서도 개헌은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퇴임 시기를 명확히 밝힐 경우 개헌 추진 세력들이 힘을 얻고 개헌 논의가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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