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염려 적고 투명성 높아…'네거티브 방식' 규제 필요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해킹이 어렵고 거래비용이 낮은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가입률이 계속 올라가는 등 상용화 작업이 한창이지만, 기술의 보편화를 위해서는 당국의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은행들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명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불리는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정보를 분산 저장함으로써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지칭한다.

   
▲ 해킹이 어렵고 거래비용이 낮은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다수의 거래 당사자에 의해 절차가 검증되기 때문에 해킹의 염려가 적고 정보 투명성이 높다는 게 블록체인 기술의 최대 장점으로 손꼽힌다.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만 거래가 발생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어 효율성도 높은 편이다.

블록체인과 관련해 은행권에서는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 가입이 점점 보편화 되고 있다. 이미 올해 초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신한, 국민, 기업은행 등이 R3CEV 가입을 완료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의 경우 '함께 만들어 간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공동 프로젝트 가입이 중요하다"면서 "R3CEV에 가입한 국내 은행들은 해외송금과 자금세탁방지 프로젝트 등을 공동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부터는 은행권과 증권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블록체인 관련 컨소시엄도 출범한다. 우선 이날은 은행 컨소시엄이 돛을 올린다. 전국은행연합회 회원사 20곳 중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를 제외한 16곳이 참여한다. 이들은 공동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금융보안원, 금융결제원에서 자문과 기술 지원을 받게 된다. 증권사 컨소시엄은 내달 7일 출범 예정이다.

공동 컨소시엄은 공동연구, 파일럿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는 네트워크로 기능할 예정이다. 일단 은행권은 개인인증 관련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해 활용하는 방안, 전자문서를 등록해 위변조 여부를 검증하는 기술 등을 함께 연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공동바이오 인증을 비롯해 1~2개 정도 시범 사업을 실시할 전망이다. 

한편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과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의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자금융거래법의 규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제3조와 시행령 제2조 등은 중앙통제형 전산시스템을 보유한 금융회사를 법 적용대상으로 한다. 블록체인은 시스템상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전자금융거래를 할 경우 자연히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네거티브 방식이란 금지사항만 정하고 나머지를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포괄적 방식을 의미한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국내법상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의 전자금융업무에 적용되려면 중앙집중화된 전산시스템을 전제로 만들어진 현행 전자금융거래법과 감독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칙적으로 금융당국 또한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의 경우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영역에서 이끌어가는 게 맞다"면서 "은행권과 증권업계 등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컨소시엄이 업계의 이해관계를 잘 정리해 당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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