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낙폭 너무 크고 승인율 낮아…금융당국 "상품구조 개선할 것"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출시 초기부터 예견됐던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저축은행들이야말로 '사이에 낀 돌'이 돼버린 모양새고요." (A저축은행 관계자)

저축은행들의 중금리 대출상품 '사잇돌대출2'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금리 대출시장의 '주인' 역할을 해야 할 저축은행들이 도리어 찬밥 신세가 됐다는 비판론이다. 금융당국 또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정책을 보완할 의지를 내비쳤다.

   
▲ 저축은행들의 중금리 대출상품 '사잇돌대출2'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금리 대출시장의 '주인' 역할을 해야 할 저축은행들이 도리어 찬밥 신세가 됐다는 비판론이다. /미디어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중금리 대출상품 '사잇돌2'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결국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금리단층' 현상으로 시름하고 있는 서민들의 대출 현실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9월 6일 저축은행 30개 업체에 의해 일제히 출시된 '사잇돌2'는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SGI보증보험과 연계된 상품으로서의 메리트가 높이 평가 받았다. 시중은행의 중금리 상품인 '사잇돌1'에서 대출을 거부당한 소비자들을 흡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출시 3개월이 지난 지금 몇 가지 문제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대출시 신용등급 낙폭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여전히 지적된다. 현재 저축은행에서 사잇돌대출2를 이용한 소비자들은 평균 1.7등급의 신용등급 하락을 감수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저축은행 업계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캐피탈 업체에서 대출을 받아도 신용등급은 1.1등급 수준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대출을 받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승인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출시한 사잇돌대출1의 승인율이 58.2%인데 반해 사잇돌2의 승인율은 그 절반 수준인 30.6%에 머무르고 있다. 심지어 이 비율은 SGI보증보험 심사 통과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 실제 대출을 받는 소비자는 신청자 10명 중 3명도 안 된다는 결론이다.

승인율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당국도 상당히 민감해 하는 분위기가 포착된다.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저축은행들에게 사잇돌2의 승인율과 관련해 '침묵'할 것을 강요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승인율은 당국이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 자체가 사잇돌2를 둘러싼 각자의 입장 차이를 노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으로는 '중금리 대출상품'이라는 슬로건에 부합하는 파격적인 금리 인하가 단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손꼽힌다. 이 점은 저축은행 업계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사잇돌2의 금리 수준은 연 14%~15%에 집중돼 있다. 최근 저축은행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웰컴저축은행의 '텐 대출'이나 SBI저축은행의 '사이다' 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SGI보증보험까지 끼고 들어온 상품임을 감안하면 좀 더 파격적인 금리 수준으로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겼어야 한다"며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보증보험 측과) 조율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금리 시장은 본래 저축은행들이 활약하는 시장"이라고 전제하면서 "많은 공을 들여 탄생한 정책 중금리 상품인데 오히려 저축은행들이 배제되는 모양새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업계의 불만을 수렴해 사잇돌2의 '설계도'를 개선할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달 9일 금융위가 발표한 '사잇돌Ⅰ‧Ⅱ 중금리 대출 현황 및 조정‧보완 방안'에 따르면, 중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잇돌대출의 한도는 개인별로 50% 늘어난다.  

이에 따라 은행들과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를 갖춘 저축은행 중 사잇돌 취급 비중이 전체 10%를 넘는 저축은행 6곳(KB‧신한‧페퍼‧OK‧BNK저축은행)은 보증한도보다 최대 50%까지 대출금액을 늘릴 수 있는 자율권을 갖게 된다.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사잇돌대출을 이용할 때도 대출 금액을 늘려주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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