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與 장제원과 몸싸움 벌일뻔도…탄핵명단 공개 강행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의원 대다수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면서 '탄핵 압박' 문자 폭주로 일상적 전화 사용이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보고 있다. 단순한 탄핵 동참 요구를 넘어 욕설·인신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의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의원을 분류한 사실상 '살생부'를 유포, 곤욕을 치른 가운데 개인적으로 사용해온 휴대폰 번호까지 온 국민에 공개돼 사생활 침해까지 당한 셈이다.

특히 친박계와 비박계를 가리지 않고 일부 극성 유권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을 천명했다가 '4월말 자진사퇴-6월 조기 대선론'으로 선회한 김무성 전 대표를 포함한 비박계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문자 폭탄을 맞았다.

이같은 사태는 표창원 계속 업데이트를 해서 올리고 있는 탄핵 찬반 명단과, 지난달 30일 밤부터 인터넷 문서공유 사이트에 올라왔던 '20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락처' 문서가 맞물려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명단엔 지역구 의원뿐 아니라 17명의 비례대표 의원들 휴대전화 번호와 계파 성향, 박 대통령 탄핵 관련 입장 등이 적혀있다. 문서 작성자는 자신은 대학생이며 전화번호는 제보를 받았고, 계파·탄핵 찬반은 언론 등을 통해 접한 정보를 기초해 작성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 유포 이후,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가 전날(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있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문자메시지 내용은 "당장 탄핵하시오"라는 압박이나 "나라를 팔아먹고 편안하십니까"라는 비난 등이다. "대선에는 나오시라"거나 "존경한다"는 지지문자도 일부 눈에 띄었다.

   
▲ 1일 열린 국회 본회의 도중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들여다보고 있는 자신의 휴대전화엔 탄핵 동참을 압박하는 문자 다수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사진=연합뉴스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에선 실제로 전화를 걸었거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후기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은 지난 29일 박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를 마친 뒤 '2일 탄핵' 단일대오에서 한발 물러선 비박계 의원들을 향한 항의성 전화나 메시지다. 의원들의 답변에 만족할 수 없다는 불만 제기가 주류였다.

강릉시민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의원과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네티즌은 "새누리당은 저런 범죄자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죄가 있다.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을 믿는다 치면 이제 그 죄를 알고 있으니 범죄자를 감싸는 행위를 그만하시라. 강릉시 국회의원이 권성동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도록"이라고 문자를 보냈고, 권 의원은 "예. 귀하의 의견을 잘 반영해 결정하겠다. 좋은 의견 제시 감사하다. 나중에 한번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장했다. 

휴대전화 명단이 유출된 뒤 새누리당 의원들은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전화와 문자 탓에 쌓여있는 일처리조차 하지 못할 상황이다.

한 지역구 의원은 "각종 회의와 간담회를 참석하는 중에도 쉴새없이 전화가 쏟아져서 아예 휴대폰을 꺼놓고 있다"며 "심지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인신공격석 발언이 포함된 문자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전날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이 수십 통의 협박 전화와 문자를 받고 있다"며 "협박이 심한 경우 의원실 차원에서 이미 고발조치를 하기도 했지만 당 차원에서 최초 유포자를 밝혀달라고 수사 의뢰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앞서 국회에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명과 지역구를 함께 적시한 탄핵 반대 의원 명단을 만들어 유포한 표창원 의원과 다른당 의원들 간 거센 언쟁이 오갔다.

오전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마주앉은 표 의원에게 명단 게시에 대해 항의한 뒤 집단 퇴장했다.

박성중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표 의원이 탄핵에 관련해 언론 플레이를 했던데, 동료 의원을 이렇게 하는 것은 인격 모독이자 인격 살인"이라며 "우리 국회가 협상 상대자의 인격도 존중해야겠는데 그런걸 잘 못 배워서 그런지 모르겠다"고 꾸짖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사적으로 얘기하면 될 일을 속기록에 남기는 건 적절치 않다"고 거부반응을 보이며 논쟁이 일었다. 유재중 안행위원장의 중재로 법안 처리를 마치고 여당 의원들의 퇴장하는 가운데 진선미 더민주 의원이 박 의원을 다그쳤고,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이 "듣고 안 듣고는 내 마음"이라고 일축했다.

진 의원이 "장 의원에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항의하자 표 의원은 "예의도 없이 하고싶은 말을 마음대로 퍼놓고 그냥가느냐"고 여당 의원들을 싸잡아 도발했다.

이에 장 의원은 "예의를 먼저 차리라. 할 짓을 해야 말이야"라고 '탄핵 살생부' 행태를 꼬집었고 표 의원은 "뭐? 장제원 이리와 봐"라고 발끈하며 일어섰다.

장 의원이 "왜 표창원, 깡패야? 경찰이야?"하고 응수하자 표 의원은 "경찰이다. 왜?"하고 맞서며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질 뻔했다. 장 의원은 "아직도 경찰이냐"라며 "국회의원의 품위를 지켜"라고 쏘아붙인 뒤 자리를 떴다.

이후 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장 의원이 "왜 표창원"이라 말하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영상을 올려 응징에 나섰지만, 이내 진 의원의 의사진행발언 도중 자신이 끼어들어 한 발언을 담은 영상이 공개된 뒤 뒤늦게 사과에 나서 빈축을 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후 본회의장에서 표 의원을 찾아가 집단으로 항의했다. 특히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표 의원이 먼저 악수를 청하자 받아주지 않는 등 불쾌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표 의원은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장 의원과의 언쟁, 전화번호 유출사태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즉각 탄핵에 임하지 않는 것을 "직무유기 행렬"이라고 싸잡아 비난, "탄핵이 누구 때문에 이뤄지지 못하는지 분명하게, 끝까지 국민과 공유하고 책임을 명확하게 지겠다"고 명단 공개 방침을 고수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저는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누구보다 탄핵에 앞장서고 있는데 '탄핵보류'라고 적혀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엄청난 항의를 받고 있다"며 "표 의원이 책임지라"고 받아쳤다. 이후 하 의원은 2일 오전 9시 기준 표 의원이 공개한 명단에서 '탄핵 찬성'으로 분류됐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자신 역시 시민들로부터 항의 연락을 받고 있다며 "국민의당은 100%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표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데 마치 국민의당이 탄핵발의에 반대하는 뉘앙스로 왜곡돼 전달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표 의원은 2일 오전 9시 현재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탄핵 반대'에 친박계 의원 16명을 넣고 110명은 '눈치보기/주저'에 110명, 김성태(서울 강서구을)·하태경 의원 2명만을 탄핵 찬성으로 분류했다. 국민의당 의원 일부가 탄핵 반대에 포함됐었지만 다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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